- 토착세력 위주 지방정치 안돼
- 주민에 봉사할 신인 키우려면
- 기초의원 의정비 현실화 돼야
- 정당공천제 폐지도 시급
- 원도심 통합은 지방분권 역행

"진정한 지방분권과 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초의회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정비 현실화와 정당공천제 폐지 등 실효성 있는 조처가 뒤따라야 합니다."

	최진봉 부산 중구의회 의장은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분권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부산시 구·군의장협의회장을 맡은 최진봉 중구의회 의장은 12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자치 의제 중 '기초의회의 정상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구의원 3선 경력의 최 의장은 "열정 있는 전업 정치인과 정치 신인에게 현재의 의정비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라며 "이렇다 보니 소위 재력이 있는 지역의 토착 세력이 의회에 입성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질타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동료 의원들이 비회기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처우가 개선되어야 제대로 된 기초의원이 의회에 자리를 잡고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장은 또 기초의회 정상화를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도 주장했다. 그는 "전국 구·군의장단 협의회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라면서 "주민에게 봉사해야 할 기초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가방모찌' 역할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 소속 없이 기초의회에서 의정 경험을 쌓고 정치에 뜻이 있다면 광역의원이나 기초단체장 출마를 앞두고 정당에 가입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정비 현실화 등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장은 "현행 지방자치는 지역적 성격을 띤 정책 문제와 행정사무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운영과 지역 현안의 해결에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지자체 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행정 체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며 "지금이야말로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발전을 주도하던 패러다임이 지나가고, 이제는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말이 있듯이 참다운 자치와 분권이 이루어져야만 국가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과 새로운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도심 4개구 통합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4개구 통합 문제에 대해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통합과 관련해 먼저 해당 지역의 구청과 의회와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주민의 의사를 물었어야 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시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분권과 자치라는 큰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장은 "특히 중구는 개항과 해방 이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는 데다 시청 이전에 따른 침체를 겪다 최근에야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면서 "북항 재개발에 따른 중·동구 경계 설정 문제 해결이라는 지엽적인 사안에만 집중해 통합 문제를 강행하는 것에 다소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