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문제 짚어보려 결성
- 군의회 행정감사 모니터링
- 부실감사 지적에 방청 막아
- 의정·행정 감시 조례 추진
- 귀농 농부서 시민단체 활동

"헌법과 법률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초의회의 상임위원회의를 방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남 하동군의회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주민의 방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을 제기해서라도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것입니다."

강진석 하동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가 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 특위 방청 거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하동군의회가 행정사무감사 특위에 대한 방청을 거부하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한 하동참여자치연대 강진석(52) 공동대표를 9일 만났다.

강 대표는 "기초자치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군의회가 모든 자료와 회의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이제 와서 자신들의 활동이 감시받게 되자 방청을 거부하는 꼼수를 두고 있다"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의정감시단 활동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옛 마산시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인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여유 있는 인생 2막을 살기 위해 지리산과 섬진강, 바다(남해)가 있는 하동으로 귀농했다. 2만4000여㎡의 과수원에 매실과 대봉감을 심던 평범한 농부였다.

그런 그가 2015년부터 무상급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급식을 보장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시민활동을 시작했다. 2년여 만에 급식문제가 타결될 실마리를 보이자 당시에 뜻을 모았던 회원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짚어보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이 단체를 만들었다.

강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초의회가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7월 개최된 행정사무 감사를 모니터링해 의정활동을 평가해 보기로 하고 나름대로 준비했다. 성실성과 적극성, 전문성, 공익성, 피감기관 업무 이해도 등 5개 항목과 출석시간, 발언횟수, 질의 내용을 기준으로 의원 개인별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표를 작성했다. 전체 17명의 회원들이 하루 2~4명씩 교대로 평가해 나름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군의회도 회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과까지 제공하는 등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참여자치연대가 '짧은 일정에 비해 자료 설명에 과도한 시간을 들이고 의원들의 사전 준비 부족, 중복 질의, 형식적 답변 등으로 합리적 비판과 생산적 대안 제시라는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실한 감사였다'는 내용의 행정사무감사 평가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참여자치연대는 또 '의원들의 출석과 질의내용, 감사 중 퇴장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20점대 2명, 50점대 2명, 60점대 4명으로 평균 53.5점을 매겼다.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사전에 숙지해 효율적인 감사가 되도록 하라'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회를 갖고 의회가 전문위원을 공개 채용해 실질적인 의정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군의회는 '회의장이 비좁고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며 주민모니터단의 방청을 불허했고 하동참여자치연대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금은 상임위가 끝나 실익이 없고 의회가 반복적으로 방청을 거부한다고 예정되지 않는다'는 요지로 소를 각하했다.

강 대표는 "회원들이 정상적으로 회의를 방청한 전례가 있고 한 번도 회의를 방해한 사례가 없는 데도 방청을 불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군의회가 지난해에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방청을 허용했으나 올해 또다시 방청을 거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의회의 업무추진비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지도 들여다 보겠다"며 "앞으로는 의정 감시나 행정 감시뿐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는 주민발의를 통해 조례를 만드는 등 주민들의 참여폭을 늘려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