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 있으면 장비 빌려줘
- 3D 프린터 등 50여 종 보유
- O2O 시스템 온라인 대여도
- 이용자 위한 현직 장인 강의
- 창업 도우미로 공구상 영입

'제대로' 된 시제품 제작 공간인 메이커 스튜디오가 지난달 말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기관이 운영하는 메이커 스튜디오에 비해 훨씬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이미 다음 달 운영 프로그램의 예약까지 꽉 찬 상태다. 콘텐츠의 질적 차이가 이용률을 이끌었다.

이동훈 팹몬스터 대표가 이곳을 독일 등 유럽 스튜디오 못지않은 창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종진기자

부산 부산진구 옛 전포우체국 자리에 들어선 메이커 스튜디오는 팹 몬스터 이동훈(33) 대표가 맡았다.

3일 만난 이 대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메이커 스튜디오가 창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부산 첫 메이커 스튜디오의 역할은 시제품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나중에는 유럽처럼 큰 기계를 들여 창업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판 메이커 스튜디오 공간은 철저히 독일 시스템을 참고해 만들었다. 독일 메이커 스튜디오의 직원 역할과 관련 콘텐츠에 관한 고민이 반영됐다. 이 대표는 "현재 운영되는 기관 중심의 메이커 스튜디오처럼 고가의 장비를 들일 필요는 없다"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각종 시제품 제작 기기를 다루면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이커 스튜디오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는 물론, 가죽과 섬유를 가공하는 재봉틀이나 목재가공 장비 등 50여 종에 이르는 기계를 갖췄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눈에 띈다. 메이커 스튜디오 홈페이지(maker-studio.kr)는 O2O(Online To Offline)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다. 메이커 스튜디오의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그대로 옮긴 것으로, 이용자들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장비를 늘려나가며 오프라인 공간의 각종 기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시스템에 게임 방식을 적용했다. 루키-메이커-프로 메이커-마스터로 이뤄지는 '계급'을 적용해 등급별로 다룰 수 있는 기계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여기에 메이커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각종 교육을 이수하면서 소형 장비에서 대형 장비까지 다룰 수 있는 기계의 종류를 늘려나간다.

"그 무엇도 만들어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곳에서 그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라는 메이커 스튜디오의 방침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용자들은 계급별로 부여되는 카드를 통해 기계를 사용하며, 기계 사용에 관한 모든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이 때문에 기계가 고장 날 것을 우려해 관리를 하는 것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교육을 위한 공간이 스튜디오와 결합한 것도 눈에 띈다. 교육장 안에는 조명 시설과 영상 장비들이 설치돼 원한다면 시제품 제작 과정이나 홍보 영상 등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다. 이용자들을 위한 강의에는 현직 장인들이 직접 뛰고 있다. 목공예, 가죽공예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이들을 영입해 이용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함께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전포동 일대 공구상을 강사로 영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포동의 공구상 직원들은 수십 년 경력을 지닌 진정한 '장인'이다"며 "3D 프린터 등이 최근 나온 기술이지만, 이들 상인에게는 그저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전포동 일대 공구상이 창업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동의대 산업디자인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부산에서 팹몬스터를 창업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