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첫 장애인 채용 커피 체인
- 넉 달 전 전국 7호점으로 개장
- 스타셰프 스타일 입소문 타고
- 휴가철 매출 상승 기대감 커

23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상가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카페. 그룹헤드에 포터필터를 장착하는 여성 바리스타의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곧 에스프레소가 추출됐다. 계산대 앞에 있던 또 다른 남성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5만 원짜리 지폐를 받는다. 자주 받던 1만 원, 1000원짜리 지폐가 아니어서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침착하게 계산대에 찍힌 금액대로 잔돈을 거슬러줬다. 손님은 미심쩍은 듯 건네받은 돈의 액수를 세봤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잘 먹을게요.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매장을 떠났다. 긴장한 듯 두 직원은 크게 숨을 몰아쉰다.

23일 아이갓에브리싱 해운대점에서 김아영 바리스타가 자신이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이곳은 지난 2월 부산 최초로 문을 연 장애인 채용 프랜차이즈 커피숍 '아이갓에브리싱(I got everything)' 7호점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시설 비용과 6개월치의 임대료 등을 지원 받아 매장이 꾸려진 뒤 ㈔한국장애인연맹부산DPI가 장애인 바리스타 2명을 채용해 운영해오고 있다. 매장의 메뉴판 입간판 등 인테리어와 컵 냅킨 앞치마 소품 디자인을 비롯해 음료 구성은 요즘 서울의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인기를 끄는 장진우 셰프의 컨설팅을 받아 표준화했다. 부산DPI의 이태성 사무처장은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그라인딩과 템핑이 자동화돼 쉽게 커피를 뽑을 수 있다"며 "기기 내외부가 뜨겁지 않아 직원들이 화상을 입을 가능성도 적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4세 때 사고를 당해 지적장애가 있는 박세희(25) 씨와 우울증이 심해 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김아영(여·27) 씨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부산DPI로부터 3개월간 커피 교육을 받은 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씨는 오전에 우울증약을 복용해 머릿속이 혼미해서 이 시간대 근무가 어렵다. 그래서 박 씨가 오전에 매장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도맡아 한다. 대신 난수증(숫자를 세기 어려운 장애)이 있는 박 씨의 사정을 고려해 저녁 시간대 계산 마감은 김 씨가 담당하는 식으로 업무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카페가 생긴 이후 현재까지 이들 두 직원을 포함해 총 4명의 장애인이 고용됐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한 중년 여성은 이혼 뒤 2명의 자녀와 어려운 삶을 살다가 이곳에서 일하며 위기를 극복할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아영 씨는 "일을 하니까 우울한 생각도 안 들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매장 사정은 여의치 않다. 하루 매출이 4만 원꼴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개발원의 임대료 지원이 끊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 처장은 "경쟁이 치열한 민간 상가에 입주해 있어서 운영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산DPI는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 손님의 취향을 저격할 과일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 식당 영수증을 가져오면 할인 혜택을 주고 SNS 등 온라인 이벤트를 하는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직원의 신체·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장기근속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진순 부산DPI 회장은 "이들을 관리하고 격려할 일반인 바리스타 매니저 채용이 시급하지만, 지원이 없다. 장애인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줄 분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