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분쟁 해결 위해 설립
- 전국 유일 지부로 활동
- 국내 거래 분쟁 건이 다수
- 중재산업진흥법 발효돼
- 활용도 높아질 것 기대

"과거에는 무역 분쟁을 처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국내 당사자 간 거래 분쟁이 더 많습니다. 개인, 회사, 국가 모두가 당사자가 될 수 있고 사건 해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중재제도를 잘 활용하면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재우 대한상사중재원 부산지부장은 "해사분쟁의 대부분이 영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처리되는 것은 중재원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정빈 기자

1966년 대한상사중재원은 수출 드라이브를 걸던 시절 외국기업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설립됐다. 막 수출에 눈을 뜨던 1960년대엔 외국 기업과의 무역 분쟁이 발생해도 국내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승소하더라도 피해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중재를 거치면 1958년 UN 가입국이 맺은 협약에 따라 상대국가의 요청이 있을 시 중재 결정에 따른 강제집행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당시 상공부는 산하에 ㈔대한상사중재원을 만들었다. 본사는 서울에 있으며 전국 지부로는 부산지부가 유일하다. 대한상사중재원 이재우 부산지부장을 만나 중재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들었다.

"현재 위촉한 중재인은 전국적으로 1100명가량 되고 이 중 80여 명이 부산에 있습니다.법조계 실업계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죠. 분쟁이 발생하면 전문 분야를 따져 이들 중 중재인을 선임하게 됩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해 381건을 처리했으며 부산에서는 36건이 중재를 거쳤다. 분야별로 보면 건설 분쟁이 평균 35%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해사분쟁도 많은데 국내에서 중재로 해결하기보다는 중재 강국인 영국이나 싱가포르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중재원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재라고 하면 합의를 유도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중재원은 결정을 내리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법원 판결과 같아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중재를 거친 분쟁은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효력을 가지지요."

이 지부장은 중재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신속성을 꼽았다. 심사는 3번까지 할 수 있지만 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기 때문에 법원에서보다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 있다. 이 지부장은 "국내사건은 평균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짧으면 1달 만에도 결정이 날 수 있다"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중재에 참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중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재제도가 도입된 것은 국제분쟁 때문이었으나 최근에는 국내 분쟁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이 이 지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요즘엔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쟁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 간의 소소한 분쟁을 처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난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대한상사중재원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해 국회를 통과한 중재산업진흥법이 이달 말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중재산업진흥법에는 홍보 등 중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지원, 중재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인재 양성 등이 담겨 있다.

"이전엔 경제 관련 부서에 소속돼 있었으나 지난해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옮겨왔습니다. 진흥법이 발효되면 중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제도화되는 만큼 좀 더 많은 시민에게 중재제도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지부장은 마지막으로 중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처음엔 망설이지만 한 번만 활용해보면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각종 계약 시 '이 계약에 관한 분쟁은 부산에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한다'는 문구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지부장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한상사중재원에 입사했다. 고려대 대학원 국제거래법학과 석사, 동대학원 법과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국제중재팀장 등을 거쳐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부터 중재원 부산지부장을 맡고 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