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한 산학협력 분야 바탕
- 통섭 능력 등 인문 교육강화
- 4차 산업혁명 시대 발맞춰
- 학생들 인생 역전 도울 것"

고교 교사, 교육 관료, 시민운동가, 대학교수를 거쳐 3차례 총장까지…. 한 사람이 참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이 들만도 한데, 동명대 정홍섭(70) 신임 총장은 여전히 정력적이었다. 그는 동명문화학원의 요청을 받아 오는 23일 생애 3번째 대학 총장 직에 정식 취임한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연이어 신라대 4, 5대 총장직을 수행한 이후 5년 만이다.

동명대 정홍섭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통섭력과 창의력을 갖춘 기술 인재가 필요하다. 관련 인문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3차례 총장을 맡은 관록 때문일까. 20일 만난 정 총장은 거침없었지만, 넘치지도 무리하지도 않았다. "산학협력 등 동명대가 이미 잘하는 게 많습니다. 공대 등 학과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문적 감수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게 제 임기 중 목표죠."

동명대는 학내 지도교수 1명과 산업체 멘토 1명이 함께 학생을 코치하는 더블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체가 곧 학교고, 학교가 곧 산업체'를 모토로 학생의 산업체 유입이 원활한 동남권 내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그 덕분에 현재 연말이 채 되기도 전에 학생 취업률은 70%에 육박한다.

정 총장은 "학생들이 지역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동명보부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산학협력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부분이 꽤 된다"며 "내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잘하는 것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통섭 능력과 창의성을 배양할 인문 교육을 더할 것"이라며 "인성 및 대인 관계 조절 능력, 리더십 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 총장이 중시하는 것은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이런 원칙은 2000년대 초 그가 학생 참여 직선제를 통해 신라대 총장에 부임했을 때부터 학교 운영에 적용됐다. 정 총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재단과 교수 노조 학생의 반목이 극심했다"며 "투명성 공정성을 앞세워 불신을 걷어내니 부임 1년여 만에 학교가 안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학생들이 등록금 시위를 하면 장부를 공개해 예산 중 어느 부분이 등록금을 비싸게 하는지 보라고 제안해 사태를 해결했다. 정보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열린 리더십'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슷하다는 말에 대해 정 총장은 "그게 민주사회의 기본"이라고 대답했다.

'민주사회'를 언급하는 정 총장의 어조가 사뭇 진지했다. 그는 과거 8년간 고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훈육식 교육은 미래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잡지에 기고했다가 당시 정권에 찍혀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각오로 교직을 박차고 나온 뒤 대학에서 교편을 다시 잡으면서도 호헌, '창작과 비평' 폐간 반대 서명 등에 앞장서며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당시 노무현 문재인 변호사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그러다 정 총장은 1991년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를 창설한다. "1980년대 말 사회운동이 폭력·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법적 공간에서 점진적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쪽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죠. 개량주의다, 좌파다 등 양쪽에서 욕을 얻어먹어야 했습니다." 당시 그가 추진한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담배 자판기 폐지, 차 없는 거리, 이동권 약자를 위한 횡단보도 등은 오늘날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 됐다.

정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장관급 직책인 대학교육혁신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해외 석학의 조언을 받아 마련한 국가교육위원회 수립안 등이 그 다음 정부에서 맥이 끊겼다"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명대는 지난해 모 일간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전국 180여 개 대학 중 34위를 차지했다. 그는 "올해도 40위권 유지가 목표다. 취업률이 관건인데, 잘하는 학생을 뽑는 데 급급하지 않겠다"며 "학내 벤처, 산학협력 활성화 등을 통해 실력이 조금 모자란 학생도 인생역전을 경험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지역대 스스로 특성화로 구조조정 관련 자구책을 찾아야 하지만, 정부도 사립대 해체 이후 설립자가 재산의 일부를 공익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등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