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생활 접고 목공예 공부
- 경남 무형문화재 29호 지정
- 공예대전 연속 수상 성과 속
- 나무 문양 발현 새 기법 개발

조선 근대사의 애환을 품고 350여 년 동안 살림집으로 옛 한옥의 아름다움을 간직해 온 직하고택이 최근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 직하고택의 안방과 사랑채에서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옛 아름다움으로 초대 한옥에 살다'라는 주제의 소목 가구 초대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경남과기대 김동귀 교수가 염색집석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이 초대전은 경남 무형문화재 29호 소목장이자 대한명인회 목상감 명인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김동귀(63) 교수가 마련했다. 24일 김 교수를 만나 초대전의 의미와 목공예 입문 계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최근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옛것이 재해석되고 있다"며 "전통가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직접 제작하고자 하는 수요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초대전을 개최했다"며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경남 진주 태생인 그는 진주에서 가장 큰 농방을 운영했던 외조부로부터 이어지는 집안 내력을 따라 자연스럽게 목공예에 관심을 두게 됐다. 진주공고에 이어 진주교대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하던 시절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을 받은 뒤에도 목공예를 향한 그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스승도 없이 공예를 배우기 위해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단청 문양을 찾아 심산유곡의 사찰을 찾아 나서는 등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목공예가의 길을 걷기 위해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부산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목칠공예 공부를 시작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였던 천상원, 송추만, 정돈산, 강대규의 작업 과정을 비교 연구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긴 그는 전국공예품경진대회 대상 등 대한민국 공예대전 10회 연속 수상에 이어 2012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소목장(상감기법) 보유자에 지정되는 등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또 198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독일 일본 중국 브라질 등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개최하는 기록을 남겼다. 김 교수는 1990년에는 지리산 자락인 산청군 단성면 어천 계곡에 우리나라 최초 공방인 웅석 공방을 개설했다. 이곳은 10여 년간 홍익대 대학원생들의 수업을 진행해 오는 등 인재 배출의 요람이다.

그의 초기 작품은 은행나무, 먹감나무, 소태나무 등을 이용해 1차 집성(수직 또는 수평) 문양 회장을 부착했다. 그 이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원목의 질감을 살리는 방법으로 자신이 개발한 염색집석목(색동목)을 이용해 4차 집성(체크우드, 고기 비늘) 문양 회장을 전통가구의 표면 문양에 나타내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염색집석목은 김 교수가 직접 개발한 기법이다.

김 교수는 "나무에 열과 습도를 주어 곡선으로 만든 뒤 원하는 단면 모양이 나오도록 잘라 자연스러운 나이테 모양이 나오게 하고 각각 다른 색상의 패턴을 넣어 조화를 이루게 한다"며 염색집석목 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미술 관련 분야에서 쓰일 때는 기본적인 색조로 오방색을 쓰기에 색동목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중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념 초대전에 전시된 '문갑'은 우리나라 전통소나무인 홍송(紅松)에 염색집석목을 사용해 징을 칠 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문양을 표현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목상감을 연구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어 전국의 사찰을 돌거나 외삼촌들에게 자문하는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공구를 개량화하는 등 후배들이 시행착오 없이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목상감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