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년 군 부정선거 계기 발족
- 5명 공동대표 사재 털어 운영
- "경제불안, 북미관계 악화 등
- 차기 정부 해결 과제 산더미
- 높은 투표율로 책임감 줘야"

"이번 선거에서 기권하면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사람이 됩니다. 유권자들이 이 점을 가슴 깊이 새겨서 모두 투표장으로 나가 줬으면 합니다."

이종석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부산시협의회 상임대표는 "정치 불신이 여전하지만, 이번 선거는 관심이 높아 투표율도 높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성효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이종석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부산시협의회(공선협)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투표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경제는 점점 나빠지고, 북한과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가가 책임질 과제가 많아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반 년 이상 '정치 부재' 상황을 맞고 있다"며 "지금껏 중요하지 않았던 선거는 없었지만, 특히 19대 대선은 역사에 기록될 특별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공선협 회원 50여 명은 선거 운동기간 투표율 높이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지난 3월 말부터 정책선거 가두 캠페인, 5당 선대 위원장 초청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대선 투표 참여 촉구 캠페인 및 기자회견 등을 해왔다. 투표 참여 독려 때는 '기권은 적폐다'는 구호를 앞세워 기권 방지에 사활을 걸었다. 이 대표는 "기권하면 비판할 자격도 없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감을 지우면서 엄정하게 국정에 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선협은 1992년 이지문 중위의 군부대 부정선거 폭로사건으로 결성됐다. 이 중위는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군부대 부재자 투표 때 상관이 병사들에게 여당(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를 찍으라고 요구하고 공개투표 행위를 했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공선협 결성에 앞장 선 이 대표는 올해로 25년째 상임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초기 공선협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인 부정선거 감시를 담당했다. 이 대표는 "그때 선관위 규모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부산시청 한편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은 대여섯 명이 전부였다. 선거 사무를 보기도 벅차 부정선거 감시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선협이 선관위를 대신해 전화기 3대를 설치하고 부정선거 신고전화를 접수했다. 이 대표는 "정말 정신 없던 시절이었다. 고발장을 넣느라 검찰이며 법원을 매일같이 오갔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부정선거운동은 '우리가 남이가'로 유명한 1992년 초원복국 사건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지역 기관장들과 비밀회동을 하며 지역감정을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와 비교하면 공선협의 역할은 많이 줄었지만, 초심을 지키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단체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있다. 5명의 상임공동 대표가 사재를 털어 운영비의 절반을 내고 나머지는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분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전과 비교하면 선거 환경은 많이 좋아졌지만, 정치 불신이 여전해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이번 선거는 지난해 가을부터 불 붙은 촛불민심의 결과로 치러지는 값진 선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투표율이 올라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1930년 일본에서 태어나 1961년 경남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뒤 부산 대동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9년부터 1990년까지 경성대학교의 전신인 한성초급대학에서 법정학부 교수 겸 부총장으로 재직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