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경, 국민안전처 흡수 후
- 해양정책 추진 한계 드러내
- 짙은 해무 빈번 3~6월 시기
- 선박사고 여전히 많이 발생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 김두석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치안감)에게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 앞바다에서 부자 선원이 탄 어선 D 호가 실종됐다는 상황 보고였다. 세월호 미수습자 걱정에 마음이 무겁던 김 본부장의 가슴에 큰 돌덩이 하나가 더 얹어졌다. 해경 수사결과 D 호는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과 충돌한 뒤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색은 사고 2주를 넘긴 지금도 계속되지만 부자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김두석 본부장은 "안전과 관련한 각종 대책과 제도는 불편하다는 점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효 기자

최근 부산 동구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청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이 꼽은 D호의 사고 원인은 '농무'였다. 농무는 3월에서 6월 해수 온도와 기온의 차이가 커 발생하는 짙은 해무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남해해경 관할 해역의 선박사고 2324척 중 3분의 1에 달하는 788척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그는 "이번 사고처럼 안개 속을 항해할 때 경계를 소홀히 하면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D호와 같은 해상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사태 로 해경이 국민안전처에 흡수되면서 정책기획·지원부서의 인력이 대거 현장으로 투입돼 사고 대응 속도와 구조 능력은 향상됐지만, 정책 부서의 입지가 줄어들어 한계를 노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경은 해체 전까지 '해양사고 30%줄이기' '선박책임전담제' '소형어선 경정비 서비스' '구명조끼 착용 생활화' 등 다양한 정책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내왔다.

이에 더해 김 본부장은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안전과 관련된 각종 대책과 제도는 불편을 안고 있다"며 "여객선을 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낚시 어선을 탈 때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곧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이후 들어설 새 정부에서 부활이 확실시되는 '해양경찰청 독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상유십이 미신불사(尙有十二 微臣不死)'라는 말을 인용하며 해경 부활을 얘기했다. 이 글은 임진왜란 당시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편입해 싸우라는 선조의 명령을 받은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았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 나온다.

김 본부장은 "임금의 불신에도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명량대첩 승리를 이끌어 조선 수군에 부여된 역사적 임무를 다 해냈다"며 "꼭 같을 수는 없겠지만 해양경찰이 요구받는 임무와 기능은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해경 부활을 천명하고, 다양한 논의도 전개하는 것이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로 느껴져 반갑고 고맙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부활이냐 유지냐는 결국 국민이 정하는 문제"라며 "조직 내·외부의 노력과 국제 정세, 사회적 필요성 등의 다각적 검토로 해양경찰상 재정립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부활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1년생인 김 본부장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목포해양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와 인하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1991년 경찰 간부 후보 39기로 해경에 입문한 뒤 완도 해양경찰서장, 해양경찰청 국제협력관, 중부 해양경비안전본부장, 해양경비안전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