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역 공간서 '쌈수다' 시작
- 젊은 예술인 재능기부로 참여
- 8년간 300명 강연자로 나서
- 시민과 예술가의 삶 이야기
- 때론 협업 위한 매개 역할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 도시철도 수영역에는 예술인과 시민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쌈수다'가 열린다. 부산에서 보기 드물게 '예술인'이 주인공이 되는 쌈수다가 지난 11일 300회를 맞았다. 쌈수다를 이끄는 문화기획사 '노는사람' 김상화 대표를 만나 소감을 들었다.

김상화 '노는사람' 대표는 "도시철도 역사에 더 많은 문화공간이 생기게 하자는 사명감으로 '쌈수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쌈수다는 예술인이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인생과 예술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예술을 하며 버틴 이들을 격려하는 '헌사'의 자리이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자리라 더 끈끈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대표는 2009년 도시철도 수영역에 자리 잡은 문화매개공간 '쌈'의 운영을 맡았고, 2010년 쌈수다를 시작했다. '쌈'은 부산교통공사의 후원 아래 운영되는 문화공간으로, 전시와 문화예술 교육 강연 공연 등을 한다.

"교통공사가 삭막한 도시철도를 활기차게 하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어요. 도시철도 역사에서 '도시철도 예술제'를 열었고, 교통공사 간부들과 문화예술 후원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도시철도예술제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했죠. 그때 교통공사에 강조했던 것이 문화공간의 필요성이었어요. 그렇게 몇 년간 교류한 끝에 2009년 수영역에 '쌈'을 마련했죠. 쌈이 성공해야 도시철도에 더 많은 문화공간이 생길 것이란 사명감으로 차별된 콘텐츠를 궁리한 끝에 쌈수다를 기획했어요."

그동안 쌈수다에는 연극 음악 영화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뿐만 아니라 문화기획과 문화예술 후원 등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300명이 다녀갔다.

"쌈수다 초청 대상은 부산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30·40대 젊은 예술인입니다. 초대 손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예술활동을 했고, 어떻게 힘든 시절을 넘겨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 듣죠. 초대 손님을 비롯해 모두가 '재능 기부'로 함께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제가 술을 제공하는 '술수다'가 이어집니다."

쌈수다는 예술인과 예술인, 예술인과 관객을 이어주는 문화매개의 역할을 한다. 그동안의 역사는 쌈수다 책 6권(본지 지난달 13일 자 21면 보도)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랫동안 문화계에 몸담으며 많은 예술인을 만났지만 정작 그들의 인생은 몰랐던 부분이 많더군요. 쌈수다에서 예술인들이 만나 협업을 하기도 하고, 예술인과 관객이 만나 팬이 되어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해요. 또 많은 이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는데 쌈수다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며 고마워합니다. 지역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쌈수다가 그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그들의 빛나는 모습을 비추는 자리가 된 것 같아요."

김 대표는 미술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업계에서 일하다 영화계와 인연을 맺어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맡았다. 현재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제가 '노마드(유목민)' 기질이 있어요. 끊임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재밌는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떠올라 계속해서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 같아요. 꼰대가 되지 않도록 채찍질하면서요. 쌈수다는 이 자리를 기다리는 예술가가 있는 한 계속될 겁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