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소 인근 주민 4300명에
- 원전 정비·고장, 실시간 발송
- 지진, 격납철판 부식 논란엔
- 큰 문제없다 자신감
- 고리1호, 영구정지 시간 걸려
- 2021년까지 기술 확보할 것

"최근 경주 지진, 격납철판 부식 등으로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원전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노기경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오는 6월로 예정된 고리1호기 영구정지(폐로)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리본부 제공

지난 1월 취임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노기경(56) 신임 본부장은 '영원한 고리맨'이다. 1979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후 38년을 줄곧 고리원전에서 근무했다. 동료들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날 때도 이곳에 남았다. 젊을 때는 교대 근무가 발목을 잡았지만 직위가 오르고, 고리원전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아예 뿌리를 내렸다. 새파랗던 새내기가 고리본부의 수장이 됐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원전은 18개월 동안 가동되고 예방정비에 들어가는데, 큰 문제없이 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오는 6월 18일로 예정된 고리1호기 영구정지(폐로)는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업무다. 고리1호기는 1978년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로 발전을 시작했고, 국내 원전 중 처음으로 폐로가 된다. 한수원은 현재 본사 차원에서 해체기술 개발과 해체공정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처를 마련했다. 고리본부도 자체적으로 제1발전소 내에 전담팀을 조직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리1호기 폐로는 '원전건설-운영-정지-해체'라는 사이클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원전 해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해체 경험을 축적할 기회도 되는 셈이죠. 해체에 필요한 58개 기술 중 41개가 확보됐습니다. 2021년까지 나머지 17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처음이니까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합니다."

노 본부장은 경주 지진과 고리3호기 격납철판 부식 등 이슈에 '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원전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암반층을 찾아서 짓는 데다 리히터 6.5~7.0 규모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고리3호기 부식과 관련해서는 목소리가 다소 올라갔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밀조사에서 고리3호기 격납건물 내부 철판(CLP) 127곳에서 부식이 발생, 최소 기준 두께인 5.4㎜에 한참 못 미치는 1.98㎜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는 "CLP는 사고를 가정한 최고 압력으로 24시간 동안 시험을 거쳤다. 만약 방사선이 샜다면 기장지역 곳곳에 설치된 환경방사선감지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게다가 방사선 누출 최후의 보루인 두께 1.2m의 철근콘크리트 돔이 버티고 있어 안전 위협 요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 본부장은 앞으로 발전소 운영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종의 발전소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다. 고리본부는 두 달마다 기장·울산 울주 지역 소통위원회를 열어 원전 운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 4300명에게 발전소 정비부터 고장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마음을 다한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노 본부장은 고리1발전소 발전부장, 고리본부 교육훈련센터장, 고리제3발전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