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다른 기술보유 中企 발굴
- 자금 지원· 연대 보증인 면제
- 사업경험 없어도 창업의지와
- 좋은 아이디어 있다면 지원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지만,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은 최근 미래전략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기보의 미래전략추진단은 신사업 개척은 물론 정책 건의사항 발굴, 조직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됐다. 그 중심에는 김규옥(56) 기보 이사장이 있다. 그는 지난 1월 제12대 기보 이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규옥 이사장은 "기보의 기술금융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이 최고의 청년창업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김 이사장은 "미래 먹거리 산업인 기술창업의 진흥이 핵심"이라며 "현재 7년 이하 창업 기업에 50% 정도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3년 안에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김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보가 부산 향토 공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989년 부산에서 문을 연 기보는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부산은 기보의 중요한 지지기반이다. 앞으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창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부산벤처스쿨'을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기보는 2015년 7월 기술 중소기업이 공공연구기관의 우수기술을 쉽게 이전받도록 지원하는 부산기술융합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부산지역을 창업과 기술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부산문화콘텐츠센터를 개설해 콘텐츠 지원을 강화한다. 부울경 지역에 투자, 기술이전, 문화콘텐츠 보증 지원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기술금융 종합지원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금융은 기업의 재무상태가 아닌 보유한 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가시스템과 평가인력이 매우 중요하다. 기보는 1997년 국내 최초로 기술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기보의 기술금융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축적되지 않아 제도 금융권에서 소외된 기술창업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데 유용한 시스템으로 매출이 전혀 없는 기업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특히 사업경험은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와 창업 의지를 가진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기보의 총보증 규모는 20조8000억 원이다. 예비창업자, 기술융합, 지식재산,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분야에 신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보는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에게 창업자금 지원 규모와 가능성을 미리 제시해 주고, 창업 즉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예비창업자 사전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신규 보증을 창업기업 중심으로 현재의 배 수준으로 확대해 보증 공급의 질적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창업가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인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사업에 실패하면 대표이사가 연대보증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창업과 재도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기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의 사업성을 평가해 설립 후 5년 이내인 창업 법인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면제하고 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1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다.

김 이사장은 "기보의 기술평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산업과 청년창업 지원에 기술금융을 집중하겠다"며 "부산지역을 아시아 제1의 창업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 출신인 김 이사장은 혜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사회예산심의관·예산총괄심의관·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며 예산 확보와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업무를 총괄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