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태 권력집중 탓
- 차기 정부 들어서기 전에
- 헌법 제1조에 지방분권 명시
- 지방정부 자치재정권 부여 등
- 개헌안 기본골격 마련이 목표

"국정 농단 사태는 중앙집권 체제의 실패입니다."

지방분권전국연대 박재율 상근대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지방분권 개헌안이 준비되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지난달 27일 출범한 지방분권전국연대를 이끌어 갈 박재율 상근대표의 말이다. 그는 "국가의 모든 권력을 중앙 관료가 장악하고 있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 체제에서 국정 농단이 비롯됐다. 지방에 권력이 분산돼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전국연대는 3대 지방분권 시민단체 중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와 지방분권국민운동을 통합해 만들었다. 나머지 한 곳인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과의 통합은 하반기에 논의할 예정이다. 두 단체만 서둘러 통합한 것에 대해 그는 "지방 분권형 개헌을 이끌 역량을 모아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봄이든 연말이든 연내 대선은 치러진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개헌 국면이 시작될 텐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가치는 소홀히 한 채 중앙 권력구조 개편에만 관심이 쏠려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레의 양 바퀴처럼 중앙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선 후보와 지방분권 개헌 협약을 맺고,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지방분권 개헌안이 완성에 가깝게 준비되도록 이끄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방 분권 단체가 생각하는 개헌안은 이미 나와 있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과 지방 4대 협의체(시도지사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각각 개헌안을 마련해 놓았다. 두 개헌안 모두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고 명시한다. 박 대표는 "헌법의 정신에 지방분권을 포함시킨다는 의미다. 현행 헌법은 117조와 118조에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을 뿐이라 그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치 재정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헌법을 통해 지방정부에 독자 세원을 개발할 권한을 부여하고, 징수 방법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박 대표는 "세금의 80%를 중앙 정부가 차지한다. 재정 독립 없이 분권이 실현될 리 없다. 가령 부산에서 컨테이너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지방에 독자 세원 개발 권한을 부여하자는 말이다. 반대로, 특정 세금을 없애거나 세율을 축소해 다른 지방과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 밖에도 주민 참여권 보장, 자치입법권 강화 등도 헌법이 담아야 할 가치로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은 주민이 모르는 사이 정부가 마음대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극심한 주민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이라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게 주민 참여다. 주민 참여가 보장되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방분권전국연대는 이 같은 지방분권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단체와 연대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7일 민관 거버넌스인 전국지방분권협의회 출범에 참여한 뒤, 8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여는 지방분권 개헌 국민회의에 동참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지방분권은 한마디로 건강 적신호가 켜진 우리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다. 구체성 없고 막막해 보일 수 있지만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이므로 시민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동인고와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지방자치학회와 한국NGO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