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 때 건설회사 퇴직
- 도메인 사업에 뛰어들어
- 연매출 350억 기업으로 성장
- 광고, 인테리어 등 사업 확장

"그런 게 사업이 되겠나? 푼돈이나 버는 정도지…." 전산을 전공하고 IT 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형은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형님의 비웃음 속에 창업자금 20만 원으로 시작한 1인 기업은 십여 년 만에 연매출 350억 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후이즈 홀딩스 이청종 대표는 "부산에 IT기업이 모이면 지역 인재 유출도 막고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우기자

국내 최대 도메인·웹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 홀딩스' 대표 이청종 씨 얘기다. 1998년 12월 아시아 최초 도메인 그룹의 시작은 그렇게 초라했다. 이 대표를 지난 12일 구로 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서울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강원도 태백 출신인 그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후 5년간 동부건설에서 근무했다. 1998년 IMF로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자 '내 한 몸 희생해 다른 한 가정을 살리자'는 순진한 심정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건축 일이 딱히 적성에 맞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막상 퇴사하니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창업으로 내몰리게 됐다.

한 달 동안 창업 아이템 40개 정도를 생각했는데 돈 없이도 할 수 있는게 도메인 사업이었다.

때마침 엑슨모빌(Exxon Mobil Corporation) 합병 사건이 터졌다. 1998년 세계적인 정유기업 엑슨이 업계 4위 모빌을 인수합병 발표를 했는데 합병 발표가 있기 며칠 전 인천에 사는 한 사람이 엑슨모빌 닷컴이란 도메인을 등록했다. 엑슨모빌은 합병 후 그 도메인을 10억 원을 주고 샀다. 그 일로 도메인 사업이 엄청난 대중적 관심을 모으게 됐다.

그가 개설한 홈페이지 방문자가 급격히 늘었고, 도메인 등록 문의가 빗발쳤다. 그렇게 첫 달만 1000만 원, 첫해 6억5000만 원을 벌었다.

"돌이켜 보니 남들이 못 보는 걸 봤던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보니 도메인을 부동산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도메인이라는 게 '사이버 땅' 아닙니까. 남들이 보기엔 단순한 글자인데 제게는 땅으로 보였던 거죠. 땅에도 황무지가 있는가 하면 좋은 땅이 있어요. 좋은 땅(수퍼 키워드)은 높은 가격에 팔리죠."

후이즈 그룹이 도메인 호스팅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룹웨어 관리, 스마트경영시스템, 광고기획, 디자인 사업에다 최근엔 인테리어 사업까지 손을 뻗쳤다. 건축 전공자답게 특수 공법을 도입해 사업비를 줄이고 할부금융(무이자 담보대출)까지 제공해 고객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현재는 호스팅 비용만 받고 무료로 홈페이지까지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오는 3월부턴 그룹웨어도 공짜로 풀 거라고 그는 귀뜸했다.

후이즈 그룹은 부산 해운대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일본 법인인 '후이즈 재팬'의 후방기지인 셈이다.

그는 부산이 일본 시장을 보고 전략적으로 IT기업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남부지역 방갈로라는 도시는 미국으로부터 IT 프로그램 오더를 받아 낮은 단가로 처리해 줍니다. 마찬가지로 부산은 가까운 일본을 타깃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한국이 앞서 있는데 인건비 격차는 크니까요"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IT 인력들이 대부분 서울 구로나 경기도 판교 쪽으로 유출되는데 부산에 IT기업들이 집적되기 시작하면 부산으로선 인력 유출도 막고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침 신입·경력 직원을 모집중인 후이즈그룹에 원하는 인재상을 물었다. 이 대표는 첫째로 '휴머니즘(인간성)'을 꼽았고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다가올 세상에 대한 민감성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법인에서는 디자이너, 홈페이지 마케팅 분야 직원들을 수시로 모집한다.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