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역점 등 매장 9개 운영
- 초지일관 맛으로만 승부
- 부산항빵 개발해 호평 받아
- 공장 지어 본격 생산 예정

도심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커피 대신 우유와 빵을 먹던 그 시절, 부산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 중 한 곳이 바로 중구에 자리 잡고 있던 빵집 비엔씨(B&C)다. 1983년 처음 문을 연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비엔씨 제과점이 최근 수년간 진행해 온 사업 확장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비엔씨 김준욱 대표를 만나 비엔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김준욱 비엔씨 대표는 "부산항빵과 중구 대표빵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자갈치시장 인근에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2014년 본점을 옮길 당시를 전후해서 변화가 많았어요. 2013년에 해운대점을 개점했고, 지난해 이맘때에는 부산역점이 문을 열었죠. 부산역점을 선보이면서 초량동에 공장과 함께 초량점을 오픈했고, 롯데백화점 동래점을 정리하는 등 이래저래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도록 한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비엔씨가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본점을 이전하면서다. 당시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현상) 피해 대표격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삿짐을 싸야했던 비엔씨는 "늘 위기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었다"는 김 사장의 설명대로 이를 계기로 오히려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본점을 비롯해 중구 광복동 와이즈파크에 입점한 광복점,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점, 동구 초량점, 양산 물금점 등 모두 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즈파크에는 빵집과는 별개로 돈가스 전문점도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 부산역점은 매장 규모와 매출액을 비교하면 단연 '가성비 갑' 매장으로 꼽힌다.

"부산역이 안 되면 광복동 매장도 안 된다는 각오로 운영에 신경을 썼습니다. 오는 28일이면 개점 1주년인데 하루 구매자가 1000명을 넘어 2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해운대점은 처음엔 주변 아파트 입주가 늦어져 고전했지만 지난해 입주가 시작되면서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비엔씨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함께한 비엔씨의 산증인이다. 사촌 자형인 이재명 전 사장을 도우며 매장 정리부터 시작한 김 대표는 2006년 사장 직함을 물려받았다. 그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벌여온 그는 2015년엔 부산 대표빵 제조사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비엔씨가 내놓은 부산항빵은 고구마와 치즈, 오징어 먹물과 금정산성막걸리를 발효해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주로 찾는 부산역점을 중심으로 부산항빵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난해에는 강냉파이(콘만주)가 중구 대표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항빵과 중구 대표빵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올해 중 자갈치시장 인근에 공장을 열 생각입니다. 설계는 이미 마쳤고 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부산 대표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나간다며 자만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카스테라'에 대적하고자 보름달 모양을 본 떠 만든 카스텔라 '슈퍼문'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치즈를 넣어 만든 퐁듀 만주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맛으로 승부해 온 비엔씨답게 앞으로도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계란값 등 원료가 많이 오르긴했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많이 올릴 순 없어 최대한 유지해보려고 합니다. 설탕이 비싸지면 무설탕 빵을 개발하고, 계란값이 오르면 계란을 쓰지 않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어려움을 돌파해나가려고요."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