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병역거부자 인터뷰
- '다음 브런치'에 연재 인기
- 진솔한 삶 공유해 공감 얻어
- 청년 이력서 써 주기 등 활동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원작자 김유리(40) 작가가 '김유리의 지구인'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산문화재단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널리 듣고자 하는 의미에서 기획한 '문화다양성 네트워크 페스티벌'(지난 8~13일 부산진구 전포동 놀이마루 등)의 하나인데,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다. 김 작가를 만나 프로젝트의 의미와 과정, 소감을 들었다.

	김유리 작가가 부산의 다양한 소수인을 인터뷰한 글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지구인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평소 호기심이 많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부산문화재단 프로젝트 얘길 듣고 참여했는데 그래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나에게 재미있지만, 과연 남들에게도 재미있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대박 났어요. 온라인 글쓰기 포맷 '다음 브런치'(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조회수가 2000~3000건에 달해요. 다른 글 조회 수보다 10배 많은 숫자예요. 다음 번 인터뷰는 언제 연재하느냐고 쪽지도 계속 오고…. 온라인 반응이 좋아 기뻐요."

'김유리의 지구인'은 사회적 약자나 문화다양성 관련 인물 40명을 섭외해 인터뷰한 글을 온라인에 연재하는 프로젝트다. 10대부터 60대까지 장애인, 여성, 외국인, 북한 이탈 주민, 이슬람교 신도, 병역 거부자 등 다양한 소수자를 섭외했다. 지난달부터 인터뷰를 시작해 20명의 인터뷰가 연재됐고, 다음 달까지 나머지 인터뷰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터뷰 대상을 정할 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인물을 고려했어요. 종교 장애 외모 등의 소수자 외에도 유학 중간 입국한 중도 입국자,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 등도 넣었고요. 인터뷰는 30분만에 끝냈지만, 저와 함께 작업하는 사진가가 멋지게 사진을 찍어 스타일이 좋은 인터뷰 페이지를 만들었죠.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려고 온라인 공간을 택했어요. 다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SNS와 연계돼 공유가 빠르죠. 조회수가 높으면 책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겠어요."

그가 만난 사람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면서 편견을 이겨내려 고군분투하는 이들이다.

"20대 북한 이탈 여성이 생각나요. 15세에 혈혈단신 국경을 넘어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정착했는데 나쁜 어른들이 제대로 월급도 주지 않고 노동 착취를 했더라고요.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고 제가 화가 났어요. 백색증을 앓던 남성은 어릴 때는 염색을 하며 자기 모습을 감추려 했는데 이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김 작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모두가 경계 없이 진심으로 자신의 인생 얘기를 털어놔 인터뷰가 어렵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와 다른 삶을 인정하게 되더군요. 한때는 정치적 성향이 다르거나 나와 삶의 배경이 다른 이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들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면 '다름'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그것이 결국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원작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문화다양성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UCC 공모전, 청년 이력서 써주기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톡톡 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문화다양성 네트워크 페스티벌에서는 '지구인' 콘셉트에 맞춰 우주복을 입고 거리로 나가 퍼포먼스를 펼친다.

"출판사와 글쓰기 강습소를 운영하며 정말 다양하고 독특한 분을 많이 만나요. 그러면서 소통에 눈뜨고,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죠. 사람 만나는 일이 제겐 선물이고, 인생이에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