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 학대 자식이 저질러
- 노인은 가족 걱정에 신고꺼려
- 사회 변화로 노-노간 폭력도
- 가해자 정신치료·교육 필요

지난 15일은 유엔과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공동으로 지정한 세계노인학대인식의날이었다. 부산은 전국 대도시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학대를 포함한 노인 문제와는 그 어느 지역보다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이다. 노인학대인식의날을 즈음해 부산시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안경숙(50) 관장을 만나 노인학대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물었다.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부산 내 16개 구·군 중 9개 구를 담당하고 있다. 안 관장은 2004년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관장을 맡아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봐 왔다.

부산시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안경숙 관장은 "노인학대를 줄이려면 주변 사람들이 노인에 대해 친밀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인학대는 가정 내 피해 사례가 가장 많습니다. 상당수가 자식이 가해자인 경우인데, 피해자 본인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자식에게 피해를 갈까 봐 걱정해 신고를 꺼려요. 심지어 신고를 받고 갔는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노인학대는 가족 내 문제이긴 하지만 가족 내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제3의 전문기관의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 관장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대 양상도 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 학대가 증가 추세라고. 이는 우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80·90대 노인이 늘어나는데, 이들의 자녀 역시 60·70대 노인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노인끼리 구성된 노인 단독가구가 늘어난 점도 요인 중 하나다. 과거 가부장적인 인식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아 배우자가 학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안 관장은 덧붙였다.

"학대 유형으로 보면 정서 학대가 가장 많지만, 신체 학대도 적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픈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임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요. 노노 학대 외에 손·자녀가 조부모를 학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노인학대는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안 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체제가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혈연집단이 생활의 중심이 되어왔는데,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현장 출동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24시간 대기 중인 직원들이 현장으로 나간다.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묻자 안 관장은 "피해자가 성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 노인을 분리하려고 해도 성인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치매 등으로 인한 인지 능력 저하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성인이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또 학대 행위자 중에는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인 사람이 많은데, 지금은 가족 중 2인 이상 동의해야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노인들은 자신 때문에 자식이 병원에 가는 건 원치 않아 설득하는 데 애먹습니다. 따라서 학대 가해자에 대한 치료와 교육이 의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안 관장은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인학대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사례를 발견하면 경찰이나 전문기관에 손을 내밀라고 당부했다.

"부산시가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시민이 노인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과 다른 세대가 서로 섞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사회적 약자와 함께 더불어 간다는 생각이 결국 노인학대를 줄이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