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미세먼지…
- 환경문제는 시민 삶과 밀접

- 건물 매입 다음 달 터전 옮겨
- 출범 23년 만에 새로운 도약

부산의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이 23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시민단체 중에서는 드물게 자기 사무실을 갖게 된 것이다. 부산진역 인근 5층짜리 건물을 최근 사들였는데, 1층과 5층은 임대하고 2~4층은 다음 달부터 환경운동연합과 소속 연구소 등이 나눠 사용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부산환경운동연합 이흥만 상임대표를 만나 환경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었다. 교사 출신인 이 대표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활동과 함께 환경운동연합 초창기 감사 지도위원을 지냈으며, 2011년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후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맡아왔다. 그리고 올해 초 3년 임기의 상임대표에 재신임 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흥만 상임대표는 "생활 속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자가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초량에서 중앙동을 거쳐서 세 번째 보금자리인데, 건물을 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부터 필요성에는 공감했는데 마침 이번에 적당한 건물이 나와서 후원금을 모으고 절약해서 사들인 거죠. 아무래도 우리 소유의 건물이 있으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도시가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도드라진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환경 분야다. 부산환경운동연합도 대구 위천공단으로 인한 낙동강 오염 문제 등을 계기로 첫발을 내디딘 후 부산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환경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지난해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고리 1호기 폐로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부산시가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천명하는 데도 역할을 해 왔다. 올해는 기장군 해수 담수화 공급 저지와 해운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공원화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은 탈핵 운동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특히 시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 큰 마찰 없이 환경단체들이 바라는 대로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현재 환경운동이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공해 일변도였다면 지금은 물 공기 먹거리 등 공장이 침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니 환경단체의 관심 분야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특히 요즘 환경 문제는 낙동강이나 금정산처럼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나 미세먼지처럼 매일의 삶과 맞닿아 있다.

"생활 속에서 오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감시해야 합니다. 환경 속에서 살고 있으니 환경이 나빠지면 사람도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와 함께 어릴 때부터 교육이 아닌 생활 속에서 환경 운동을 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거죠. 당장 우리 회원들은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런 움직임이 생활화되면 정부 방침 못지않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 연장선에서 환경운동연합은 20주년을 맞은 3년 전 '초록 온통'을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했다. 30주년을 맞았을 때 우리의 목표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생태도시 부산'이었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초록 온통'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이 대표는 서부산을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코델타시티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집중되는 지역인 만큼 환경 문제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서부산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는데, 무조건적인 개발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건 이론에 불과하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감시자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