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전통의상 홍보 청년문화 행사
- 내달 12일 해운대서 개최
- 축제 의미·가능성 공감 얻자
- 한복업체 후원·스폰서 줄이어
- 모두가 즐거운 콘텐츠 자신

"일본 젊은이들은 '성년의 날'이나 하나비(불꽃) 축제 때 전통의상 기모노와 유카타를 입어요. 전통의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상화한 데 놀랐어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결혼식 날이 아니고는 명절에도 한복을 입는 젊은이를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대대로 입어온 우리 옷을 우리 옷답게 입고 뽐낼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달 1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오색의 한복 물결이 넘실대는 '한복 멋 내기 성지'로 바뀐다. 지난해 10, 20대 젊은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부산한복데이'의 두 번째 행사다. 특설무대에선 한복패션쇼, 퓨전 국악 공연, 가족 한복패션 경연대회가 열리고 한복 색종이 접기, 민속놀이, 헤어·메이크업 서비스 등도 마련된다. 양복에 밀려 맥을 못 추던 한복이 부산 최고의 관광지인 해운대에서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주최 단체인 부산한복데이기획단 김현진(30) 단장은 "지난해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렸던 1회 행사 때는 예상을 넘어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프로그램 참여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이 컸다. 이번에는 한복대여 부스를 30개로 늘리고 이벤트도 다양화해 참가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1986년생, 우리 나이 서른인 김 단장의 명함에는 '부산한복데이기획단장'이란 직함과 함께 대학문화 프로젝트팀 '오작교' 대표라고 적혀 있다. 전주시 출신인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부산외국어대학교에 편입하면서 부산에 오게 됐다. 원래 밝은 성격인 그였지만 타지에서 새로운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2011년 기획한 것이 지역 대학생이 모여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의를 진행하고 네트워크를 다지는 모임인 오작교다. 스피치훈련, 캘리그래피, 인문학, 기업탐방, 캠프 등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오작교에는 연 2000~3000명의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한복데이의 출발을 알기 위해선 우선 오작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복데이기획단 멤버 70여 명이 모두 오작교와 인연을 맺은 대학생이거든요. 한마디로 젊은이의 건전한 놀이·교육문화를 기획하는 모임이죠. 일본처럼 젊은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필요하다는 데 착안해 한복데이를 기획했어요."

2013년부터 한복데이 축제를 여는 전주 한옥마을을 모델로 대구·광주·대전의 한복데이기획단과 함께 지난해 동시에 한복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야심 찬 기획은 출발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그 당시만 해도 한복 대여료는 하루 10만 원이었다. 게다가 몇백 명이 동시에 입을 한복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부산 시내 한복집 300여 곳을 돌면서 협찬을 받기도 했다. 첫해 행사 때 준비한 총 1100벌 가운데 900여 벌이 대여됐다. "한복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올해 행사 때는 부산한복산업협동조합에서 공식 후원사로 나서 800벌을 대여해주기로 했어요. 지난해에는 예산이 없어서 사비 500만 원을 털어야 했지만, 올해는 행사 취지에 공감한 해운대구·BNK금융그룹과 커피·외식업체 등에서도 후원을 했어요. 온라인 티케팅과 소셜 펀딩에서도 반응이 뜨거워요. 첫해 때 질서문제로 참가자들의 불평이 많아 2회째 행사를 열기가 두려웠는데, 많은 분이 격려와 후원을 보내와서 용기를 갖게 됐습니다."

그는 한복데이 행사의 가치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고 했다. 지역 청년들의 자발적인 도전, 시민 모금을 통한 예산 확보, 지역 한복업체들의 격려와 후원, 지역의 색깔을 가진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었다.

"365일 중, 한복 입는 하루 '한복데이'를 만들기 위해 100여 명의 스텝과 자원봉사자의 땀과 노력, 3개월 이상의 치열한 기획과정이 있었어요. 우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많은 사람이 한복을 입고 그 멋과 매력을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사람들의 뜻이 모여 부산한복데이가 더욱 즐거운 축제로 거듭나 부산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는 거예요."

오작교의 김현진 대표. 그가 앞으로 세상의 어떤 소통·공감·교류의 다리가 되어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