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한자관련 서적 30권 출간
- 국내 첫 '어원사전'도 펴내
- 국제네트워크 형성에 열성
- 세계한자도서관 구축사업도

'한자어원사전' '한자와 에크리튀르' '연상한자' '한자야 미안해 너무 재밌어서-어휘편' '한자야 미안해 너무 쉬워서-부수편' '한자의 세계, 기원에서 미래까지' '문화로 읽는 한자' '갑골학 일백년'(전5권·번역) '관당집림'(번역) '고문자학 첫걸음'(번역) '석명'(번역)….

네이버에 '하영삼'을 쳐서 뜨는 책을 기준으로 그의 저서(공저 3종 포함)와 번역서(공역 1종 포함)는 합쳐서 26종 30권이다. 경성대 하영삼(53·중국학과) 교수는 어떤 기준에서건 부지런히 연구하고, 쓰고, 번역한 학자다. 얼마 전엔 '어원으로 읽는 214 부수 한자'와 '900 한자 어원사전'(중학교·고등학교용 각 1권)을 냈다.

참고로 그간 쓰거나 옮긴 책으로 학술원 우수도서, 중국국가출판기금, 가담학술상 등에 9차례나 선정돼 내실도 입증했다.

"지난해 '한자어원사전'을 냈는데 한국 최초의 한자 어원 사전입니다. 한자 5000자의 어원을 밝히고, 그 글자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갑골문 시절 모습부터 그 후대의 자형(字形)까지 수록했죠. 한중일 통틀어 자형을 이렇게 상세히 밝힌 어원사전은 없을 거예요. 뜻깊은 작업이라 할 수 있죠." 하 교수는 "최근 낸 900 한자어원사전 등 3종은 이 '한자어원사전'에서 정리해놓은 자료를 활용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책도 3종이나 내셨는데 인터뷰 한 번 하시죠" 하며 지난 1일 그의 연구실로 들이닥친 터라 내심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면 뭘 더 물어보지?' 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다. 염려할 게 없었다. 한자 연구에 관한 그의 이야기 보따리와 연구계획은 끝이 없었고, 그중 핵심은 학술자료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학 경전이나 고전을 연구하는 한문학자나 고전학자가 아니다. 한자 자체의 기원 변천 특징을 연구하며 이론을 정립하는 '한자학'이 그의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하 교수는 한자 연구의 국제 네트워크 형성에 매달리고 있다.

"2008년 경성대에 한국한자연구소를 만들었고, 연구소 활동의 하나로 조선 시대 옥편을 종류별로 전산화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중국대로 '설문해자' '강희자전' 등 방대한 한자 유산을 온라인에 올려놨는데 이 둘을 연결하고 일본과 베트남 것까지 이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한자 문화가 어떻게 형성됐고, 그중 독창적인 것은 무엇인지, 한국 문화 전반의 특징은 어떤지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영역을 금석문이나 비문 등으로 넓히면, 한·중·일 역사와 문화의 비교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고 인문·창의적 지평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2011년 세계한자학회가 설립됐는데, 사무국이 바로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에 있다. 하 교수는 이 학회의 사무총장이다.

올해 안식년인 하 교수는 세계한자학회의 '세계한자학도서관구축사업'의 하나로 독일 정부 초청을 받아 곧 본대학교로 간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한자 연구 성과와 경향을 파악하고 목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위한 한 달 일정의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출국 준비로 바쁜 그에게 "한자 전문가로서 청소년이 한자 공부를 좀 더 흥미롭고 쉽게 할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하 교수는 "한자는 외우는 게 아니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기원, 어원, 역사를 알고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공부를 하면 창의력까지 덤으로 얻는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