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2013년 단체 출범시킨 '대부'

- 지역 30·40대 여론주도층 관심
- 관련 기업도 10개로 늘어나

- 요즘 관공서 지원요청 쇄도
- 지자체 관련예산 삭감 유감

- 소유 개념 바뀌어야 활성화

"부산 해운대에 아파트를 소유한 한 부부가 군대 간 아들의 방을 관광객 숙소로 내놓았어요. 성수기인 7~8월에는 한 달 내내 손님이 북적였고, 비수기에도 적지 않은 내외국인 숙박객이 부부의 집을 찾았죠. 빈방 하나로 연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린 부부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자취방을 얻어주고 내보냈다고 합니다. 다 큰 아들과 투닥거리며 사느니 빈방을 숙소로 활용하는 편이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하".

부산 공유경제시민허브 서종우(44) 대표는 지역 공유경제의 '대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2013년 11월 민간 차원에서 지역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출범한 '공유경제시민허브'를 이끌고 있고, 요즘은 공유경제에 대한 공공의 지원을 요청하느라 부산시청 등 관공서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공유경제에 관심이 있다는 기업인이 있으면 전화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공유경제시민허브의 네이버 '밴드(SNS)'에 가입한 사람은 약 250명. 매달 1회 공유경제 관련 강연과 토론 등 모임을 개최하는데 한 번에 20~30명씩 참석한다.

공유경제란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부동산, 지식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소비형태다. 소유자는 수익을 얻고 구매자는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앞서 소개한 것처럼 빈방을 숙박시설로 내놓는 '에어비앤비'와 자가용을 택시로 활용하는 논란의 '우버택시'가 있다.

서 대표 표현에 의하면 부산의 공유경제는 '조용한 흥분' 상태이다. 30, 40대와 공무원 직장인 학계 등 여론 주도층에서 꽤 많이 인식하고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활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부산의 공유경제 기업은 10개 정도. 지식·재능을 가진 일반인과 수강생을 온라인에서 연결하는 '사람책도서관'과 자동차 렌트업체인 '아워카' 정도가 알려져 있다.

"사람책도서관의 경우 지식·재능을 공유하려는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강의를 유료로 듣는다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죠. 물건을 공유하는 데도 마음의 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유욕이 높아요. 자신의 물건을 돈 조금 받고 남에게 빌려주느니 안 벌고 만다는 거죠. 이 같은 인식이 변화해야 공유경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의 인식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과 장점을 시민에게 널리 알리는 과정이 절실하다. 서 대표는 지자체와 기업이 초기 투자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부산경제진흥원은 공유경제 지원사업에 1억2000만 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5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서 대표는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공유복지'라는 개념까지 만들어 전폭 지원하고 있다"며 "부산도 올해 공유경제추진위원회가 출범하는 만큼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1999년 부산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남도민일보에서 잠깐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명지대 여가경영학과에서 김정운 교수 지도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휴먼경영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가능성 연구소(남구 대연동 소재)' 대표이며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지방행정연수원 등에서 정책과제 지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