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수 사회적기업가육성센터장.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30년간 대기업 근무 후 퇴직
- 기업 통한 사회혁신 관심 둬

- 창업팀 선정 기준 사람 강조
- 따뜻한 내면 그 다음 사업성

- 사회변화 선두에 서 보람 커
- 지역기업 자발적 관심 촉구
- 현업서 인생 2막 준비 조언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30년간 자동차 영업맨 생활을 마친 뒤,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터'로서 진정한 인생 후반부 설계를 그려내고 있는 허철수(60) 사회적기업가육성센터장의 이야기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창업과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발전시켜 하루빨리 자립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임무다. 경영교육과 조사·분석, 상담은 물론이고 투자자를 끌어내는 일까지 거든다.

청각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기업형 카페 '힐링빈즈', 못난이 농산물 전문 쇼핑몰 '파머스페이스', 홈쇼핑에서 1억 원 매출을 올린 외풍차단 텐트를 개발한 '바이맘' 등이 그가 지원한 사회적기업들이다. 지난해엔 방과후학교 교육사업인 '토론놀이터' 등 15개 창업팀을 선발해 10개월 동안 팀당 창업 자금 3000만 원과 경영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허 센터장은 사회적기업가육성센터의 역할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이들과 동반자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기업방식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허 센터장은 2012년 7월 30년간 근무한 현대자동차에서 정년퇴직했다. 현대자동차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06년, 돌봄 분야 국내 1호 사회적기업인 '안심생활'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 그가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에 첫발을 디딘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부산지역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을 때였어요. 김정순 안심생활 대표와 조영복 사회적기업연구원장과 만나 제가 몸담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대기업도 마케팅 차원을 넘어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적기업 육성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허 센터장의 주요 관심사는 '대박 아이템'이 아니다. 사회적기업 창업팀을 발굴하는 관점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이 목적이다.

"사회적기업은 사람이 중심에 선 기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팀 선정 기준은 첫째가 따뜻한 내면이고, 둘째는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입니다. 지원자 중에는 돈 때문에 오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면이 중요합니다. 사회 문제를 나의 문제로 생각하고 해결하겠다는 진정성과 의지가 사회적기업가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허 센터장은 올해를 '제2의 인생' 원년으로 삼았다. 지금까지는 일이 생계수단이었다면 센터에서의 일은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일인 만큼 보람이 크다. 오랫동안 영업맨으로 뛰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회적기업가들에겐 든든한 원군이다. 그는 "현업에 있을 때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년 이상 대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는 식당 등을 차렸다가 얼마 못 가 문 닫는 사람들을 자주 봤습니다. 현업에 종사할 때 자신의 관심사 또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면서 재정적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지역 기업들의 자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해 양극화를 줄이는 사회적기업의 미래 육성가치는 매우 큽니다. 외국의 사례처럼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연계기업이 많이 나와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뿌리내릴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