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취약계층 무료진료 벗어나
- 전문가 시각으로 영역 개척
- 인턴 등 수련기회 제공 인연
- 소아마비 딛고 37년간 근무

부산의료원이 공공의료를 강화하려고 지난 10월 원내 8층에 공공의료연구소를 설립했다. 의료원에서만 37년간 근무한 이성주(61) 신장내과 과장이 초대 소장을 맡았다. 최근 그를 만나 공공의료연구소 창립 배경과 앞으로 할 일, 의료원과의 인연 등을 들어봤다.

부산의료원이 공공의료연구소를 왜 설립했는지가 궁금했다. 이 소장은 "2001년 현재의 연제구 거제동으로 병원을 이전한 후 의료원은 진료와 교육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업적을 쌓았으나, 연구 부문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다른 민간 병원과 확실하게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원은 2010년부터 임상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기능 재정립을 요구하는 시민의 바람도 연구소를 세우게 된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대화는 공공의료연구소가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로 옮겨졌다. 이 소장은 "연구소는 공공보건 의료정책을 위한 기초자료 수립과 분석, 공공의료의 합리적 수행에 필요한 연구, 고령사회에 대비한 임상 협력 연구, 공공의료의 효율적 전달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 등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공공의료 영역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공공의료라고 하면 어려운 형편에 있는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원래 그게 맞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공공의료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단순한 무료진료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의료로 이동 중이다.

특히, 2012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원도 고유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추구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의료원은 '어떤 공공의료 기능을 할 것인가'로 대화의 주제가 이어졌다. 이 소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쉼 없는 의료 서비스 외에도 첨단장비 도입과 전문의 진료 등 의료 수준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안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의료 수준이 낮아서 되겠나. 미국은 오히려 공공의료기관의 수준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바다를 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공공의료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의료원의 사명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이 소장은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많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평지를 걷기도 힘들다. 그의 이런 상황이 공공의료에 눈을 뜨게 했다고 한다. 의사가 된 후 한 번도 의료원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장애인이 의과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웠고, 졸업한 후에도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이런 나에게 기회를 준 곳이 의료원이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공공의료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가 돌보는 환자는 보통 20년 이상 된 장기자가 대부분이다. 이 소장은 1977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료원의 전신인 시립병원 인턴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1982년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과장이 된 후 현재까지 신장내과를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투석학회 이사장을 맡는 등 학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