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시낭송회에서 한 어르신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 문화 소외층 할아버지·할머니
- 지난 10주간 수강강좌 발표회
- 이달 중순 구포역 시화전 계획

"나가서 예쁜 꽃을 만나야지/잎은 꽃이 오기를 기다리고/또 기다려도 오지를 않네/기다리다 지친 잎은/시들시들 앓다 죽고 말았네…."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1동 강서노인종합복지관 로비에 한 어르신의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비를 울린 시 구절은 김홍규(78·대저1동) 할아버지의 자작시 '상사화'.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 앞에 앉아 진지하게 김 할아버지의 낭송을 들었다.

이날 복지관 로비에서는 지난 10주간 시(詩) 공부를 한 10여 명의 어르신이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 낭송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박운규 시인의 인사말이 끝나자 앞에 나온 김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멋쩍어 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자기 시를 읽어나갔다. 김 할아버지는 잎과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른 상사화를 통해 부부의 애틋한 정을 표현했다.

다른 어르신도 저마다 손에 발표할 자작시를 쥔 채 차례를 기다렸다. 박익섭(76·강동동) 할아버지는 '소나무'란 시를 읊었다. "나는 죽어서 소나무가 되리라/소나무는 향도 좋고/다른 나무들도 그 향에 취해/즐거워할 것이니…." 박 할아버지는 수목장 소나무가 돼 역시 나무가 된 친구들과 만나 서로 향기를 뿌리며 축복해 주고 싶다는 마음을 시로 풀어냈다. 이어 임병선(82·대저1동) 할머니는 인생이 낙화와 같다는 '떨어진 꽃잎'을 낭송해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날 열린 시낭송회는 부산문화재단의 문화공작소가 진행한 강서구 기획사업의 마지막 무대로 마련됐다. 어르신들은 지난 8월부터 10주에 걸쳐 매주 한 차례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박 시인의 지도로 시 창작 강좌 '할머니 꽃이 피었습니다'를 수강했다. 이 강좌는 부산문화재단이 시를 전혀 모르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문화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감수성을 회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은 시낭송회를 시작으로 31일까지 복지관 로비에서 직접 창작한 시 작품과 그림을 나무판에 그려 만든 시화작품 20여 점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달 중순에는 북구 문화공작소 사업에 참여해 역시 시 강좌를 들은 어르신들과 함께 코레일 구포역 로비에서 연합 시화전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