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동하 기자

- 생명다양성은 삶의 일부
- 해양생물 자원 축적하도록
- 부 창출하는 것 멈춰야

지난 23일 초청 특강을 하러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은 질 뵈프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은 지구의 95%를 차지하는 바다에 관해 흥미로우면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뵈프 관장은 바닷물 한 방울을 예로 들며 생물의 다양성을 설명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아주 미미하지만,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박테리아나 플랑크톤 등 수많은 생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고래나 다른 생물로 갈 것 없이 이것 자체가 생물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간이 존재하고, 자연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자연의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담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의 다양성이란 삶의 일부분이라는 거죠. 운석이나 바람, 바다 따위에는 생명이 없어요. 생명이라는 것이 출현하고 난 뒤부터 생물의 다양성을 논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생물의 다양성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고 덧붙였다. "어업으로 식량을 얻을 뿐 아니라 바다를 모델로 근본적인 의료 연구가 가능해요. 현재 시판되는 항진정제, 면역억제제 같은 약품의 30%가 해면생물에서 채취됩니다. 그 이유는 해면생물은 아주 오랫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생물이기 때문이죠. 불가사리로부터는 식균작용과 항암자료를, 해파리에게서 쇼크에 관한 연구자료를 각각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바다의 공존을 강조했다. "1609년에 나온 '바다에서의 어업은 자유다'라는 발언은 거짓으로 판명 났어요. 지금처럼 무분별한 소비와 어업활동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모두 멸종하고 말 것입니다." 뵈프 관장이 한국에서처럼 양식이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 어떻게 해양 생태계 보전과 인류 번영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를 창출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해양생물에 스스로 자원을 축적할 기회를 주고, 인류학 법학 경제학 철학 같은 인류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두루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만 어로 자원의 소비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미래 우리 아이에게 어떤 바다를 남겨줘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