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한기 선임기자baekhk@kookje.co.kr

-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
- 조직개편 등 내부 혁신 박차
- 위탁 치중했던 체질 바꾸고
- 지원사업 공정성 시비 해소

부산문화재단 제4대 이문섭(62) 대표가 취임(9월 5일) 한 달째를 맞고 있다. 부산 문화 발전의 선봉에 선 그는 그동안 현장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다짐을 했을까. 그를 부산 남구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2010년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축제조직위) 집행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축제와 문화를 아우르는 문화 행정가로 변신했다.

"문화재단 대표 자리에 의지를 갖고 도전했으나 막상 결정되고 나니 부담이 큽니다. 언론인 출신이란 부담도 있지만, 오히려 그동안 기자로 일하며 배인 습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장점을 살려 문화계와 소통하겠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이만큼 잘 살았으니 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는 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하면서 다섯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위상과 역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재단의 역할을 '시민과 소통, 문화예술계와 소통, 서비스 강화,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곳, 시민과 문화를 향유하는 곳' 다섯 가지 정도 생각하고 하나씩 실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넘치는 의욕에 비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조직 개편 등 당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문화재단에 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와서 업무를 파악해 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군요. 우선 올해 초부터 진행한 조직 경영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합니다. 예산 문제도 시급합니다. 문화재단 연간 예산이 260억 원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위탁사업이라 자체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문화재단의 기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그동안 위탁 사업 하기에 급급했던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동안 불거졌던 각종 지원사업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시스템 마련도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도 필요하고 예산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부산시와 잘 이야기해서 예산 지원을 받도록 해야죠."

최근 부산시가 문화재단에 민간 이사장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조직의 변화 움직임도 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민간 이사장제 도입은 하나의 흐름입니다. 지역의 명망 있는 원로가 이사장으로 오신다면 여러 가지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화재단이 지역 예술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했다. "부산 문화계가 전반적으로 소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예술계의 원로, 청년 등 가리지 않고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 방법을 찾겠습니다. 연내에 부산예총 및 민예총과 만나 협업 프로젝트도 제안하려고 합니다. 지역 문화계의 소통과 화합 역할을 문화재단이 하겠습니다."

이 대표는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언론사에 입사해 32년간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부산외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2010년부터 4년간 축제조직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