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지역 대 지역의 문화 교류
- 오늘부터 40계단 등서 전시
- 부산엔 유명세·선입견 없어
- 자비로 日예술가 경비 지원

개천절 공휴일이던 지난 3일 한낮.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앞 거리카페에서 한창 인터뷰에 응하고 있던 미야모토 하츠네(49) 씨가 문득 말했다. "화창한 휴일 오후에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나와 '욘주가이단'(40계단의 일본식 표현)에서 사진을 찍는 저 모습이 참 예쁘고 보기 좋네요. 이 계단은 듣던 대로 정말 소중한 부산의 명소 중의 명소군요."

앉은 자리에서도 부산의 문화풍경을 살뜰하게 살피는 이 여성은 제2회 왔다갔다 아트페스티벌(이하 '왔다갔다')의 일본 쪽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제2회 '왔다갔다'는 5일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용두산미술전시관,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동광동 40계단 일대 카페에서 미술 전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말했다.

미야모토 씨는 "이번 '왔다갔다'에 참가하는 일본 쪽 예술가는 규슈에서 활동 중인 17명인데 후쿠오카에서 지난해 10월 열렸던 제1회 행사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슈 작가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들려줬다. 한국 쪽에서는 부산 경남 미술작가 24명이 이 행사에 참가한다.

이쯤에서 부산 시민에게는 아직 낯선 예술축제인 왔다갔다 아트페스티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왔다갔다'는 부산 중구 예술창작공간인 또따또가(www.tttg.kr)와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규슈에서 활동하는 두 나라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제1회 행사는 후쿠오카에서 열렸다.

후쿠오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사진가 겸 문화기획자 심우현 씨 등이 산파 노릇을 했는데 미야모토 씨는 규슈 쪽 기획과 실무를 도맡고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는 모두 자국에서 심한 '문화의 중앙집중'에 시달리는 지역 거점도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한 활로를 국내를 넘어 도시 대 도시, 지역 대 지역(local to loca)의 교류로 뚫어보자는 공감대가 '왔다갔다'에는 깔려 있다. 그렇다면 "제1회 때와 또 다르게 이번에는 규슈 쪽 예술인들이 '왔다갔다'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는 미야모토 씨의 설명에 담긴 뜻은 뭘까.

"일본에서 예술 중심지는 도쿄나 간사이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규슈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미술작가들이 이런 중심부로 진출하려면 여러 종류의 난관이 존재한다. " 미야모토 씨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태블릿PC의 번역프로그램을 이용해 '후쿠오카에서 지방의 작가들은 고아처럼 고독하다'는 문장을 찍어 보여줬다. 한국의 젊은 '지역작가'들이 겪는 고충이 일본도 비슷하다는 뜻인 셈이다.

"그런데 부산에 오면 제로(0)에서 작업할 수 있다. 유명세를 따지지도 않고 선입견도 없다. 게다가 부산은 워낙 활력 넘치는 도시여서 분위기가 안정된 일본보다 예술가가 작업하기 좋다"고 그는 밝혔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예술문화기획자이면서 동시에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도 갖고 있는 미야모토 씨는 규슈 작가들이 이번 행사 참가를 위한 제작비 등 경비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자 직접 사비를 내고 후원인을 모아 75만 엔(한국돈 약 1000만 원)을 이들 예술가에게 지원하기도 했다.

"규슈 작가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자신만의 예술활동을 이어 가는데, 이번 '왔다갔다'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2주에서 한 달가량 어렵게 휴가를 내 부산에 머물면서 작품을 창작한 것이 무척 고맙다"는 그는 이번 기회에 부산 시민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