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주문모는 자칭 소주인(蘇州人)으로서, 서양학을 나라 안에 포교하기 위해 몰래 국경을 넘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7, 8년 동안 종적을 숨겼는데, 우부 우부(愚夫愚婦)들이 모두 그에게 현혹되어 점차 그릇되게 물들어 그를 신부·교주로 존숭하게 되었다.

罪人周文謨, 自稱蘇州之人, 爲布西洋之學於國中, 潛越東來, 七、八年之間, 藏蹤匿影, 愚夫愚婦, 率被誑誘, 漸染訛誤, 尊之以神父、敎主.(죄인주문모, 자칭소주지인, 위포서양지학어국중, 잠월동래, 칠, 팔년지간, 장종닉영, 우부우부, 솔피광유, 점염와오, 존지이신부, 교주.)

위 문장은 조선왕조실록 중 ‘순조실록’ 2권, 순조 1년(1801년) 4월 20일 4번째 기사 중 주문모(周文謨·1752~1801년 5월 31일) 신부에 대한 내용이다.

주문모 신부는 조선에 들어와 가톨릭 선교 활동을 하다 체포돼 심문받은 후 순교했다. 그는 조선에서 순교한 중국 출신 로마 가톨릭교회 사제이다. 한국 교회 역사상 최초로 조선에 입국한 외국인 기독교 선교사이며 세례명은 야고보이다.

주문모 신부는 1795년 1월 서울에 잠입해 6년간 선교 활동을 하다가,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가 주도한 신유박해(1801년) 때 검거되어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엊그제 필자와 며칠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 2명과 중국인 1명, 대만인 1명의 30대 순례자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중국인 장시우(張詩雨·31) 씨와 대화하다 서적과 골동품 거리인 북경의 유리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는 유리창에 몇 번 가본 적도 있고, ‘18, 19세기 실학자들과 유리창’ 강의를 한 적이 있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장 씨는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한국인 회사에서 4년간 근무하고 7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필자가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이 북경에 가 그곳의 천주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하자, “그 당시 한국에는 천주교회가 없었나요?”라고 물어 주문모 신부와 순조 1년에 일어난 신유박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천주교 신앙과 삶이 하나인 스페인에서 우리나라 초기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의미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