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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7> 찻잎 따는 아낙들 모습 그린 석전 문진호

찻잎을 따는 아낙이 산에 가득하였다(採女滿山·채녀만산)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5-01 19:16:2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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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동에 이르렀다. 차 싹이 바야흐로 피어나 찻잎을 따는 아낙이 산에 가득하였다. 그녀들의 생애가 가련하여 연구(聯句)를 지었다.

到三神洞. 茶芽方發, 採女滿山. 憫其生涯, 呼聯句.(도삼신동. 다아방발, 채녀만산. 민기생애, 호연구.)

석전(石田) 문진호(文晉鎬·1860~1901)가 지리산을 유람한 후 쓴 ‘花岳日記(화악일기)’에 나오는 글로, 그의 문집인 ‘石田遺稿(석전유고)’ 권2에 수록돼 있다. 그는 1901년 4월 초6일부터 22일까지 15박 16일 동안 지리산을 유람했다. 4월 18일 하루 묵은 국사암에서 쌍계사 입구인 석문을 거쳐 삼신동에 이르렀다. 여기서 찻잎을 따는 아낙들을 보고 위의 문장으로 묘사한 것이다. 찻잎 따는 게 쉽지 않다. 오죽하면 고려 때 대문호 이규보가 산비탈에 붙어 찻잎 따는 사람들을 보곤 차밭에 불을 지르면 저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을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신흥마을 신흥보건소 맞은쪽에 고운 최치원의 글씨를 음각한 것이라 하는 ‘三神洞(삼신동)’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이 일대를 삼신동으로 불렀다. 이곳에서 홍류교라는 나무다리를 건너면 신흥사(神興寺)라는 제법 큰 절이 있었다. 지금의 왕성초등학교 자리다. 문진호가 찾은 1901년 봄이면 신흥사는 허물어지고 없을 때였다. 이 앞 계곡의 바닥 큰 바위에 역시 최치원이 썼다는 ‘洗耳巖(세이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지금도 화개골짜기는 찻잎을 따 차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4월 20일 곡우(穀雨) 전후로 찻잎을 딴다. 차를 전문으로 만들어 파는 다원에서는 찻잎 딸 사람을 못 구해 구례 남원 등지로 가 싣고 온다. 화개골짝이 우리나라 차 본고장이다. 쌍계사 아래의 하동야생차박물관 등에서는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신흥마을 가기 전인 목압마을 목압사(木鴨寺) 터에 은거하고 있는 필자도 찻잎을 따 차를 만든다. 손이 느린 필자 혼자 찻잎을 따다 보니 하루에 차 한 통 만들기가 쉽지 않다. 찻잎 따는 것보다 차를 만드는 과정이 더 힘들다. 몸을 구부려 차를 만드느라 허리가 많이 아파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나온다. 엊그제는 차솥 화덕에 데어 화상까지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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