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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6> 임란 때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 장군 애도한 박재형의 시

구름은 덮을 수 있어도 이름은 묻을 수 없으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4-26 20:24:4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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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雲可沒兮名不沒·운가몰혜명불몰

몰운대 아래 구름에 묻히다니 슬픈지고(沒雲臺下沒雲悲·몰운대하몰운비)/ 물 밑의 고기와 용도 그 한을 알고 있으리라.(水底魚龍恨亦知·수저어룡한역지)/ 구름이 (몸)을 묻을 수 있어도 이름은 묻을 수 없으니(雲可沒兮名不沒·운가몰혜명불몰)/ 몰운대 위에 정공의 비석이 서 있구나.(沒雲臺上鄭公碑·몰운대상정공비)

위 시는 조선 순조 때 군수를 지낸 박재형(朴齋珩)의 ‘몰운대(沒雲臺)’로, ‘조야시선(朝野詩選)’ 권2에 있다. ‘조야시선’은 근세 시인 이기(李琦)가 엮은 3권 1책의 시선집(1917년 간행)이다. 18세기 후반~20세기 초 활동한 조야의 시인 233인의 시 1130여 수가 들어있다.

녹도만호 정운(鄭運·1543~1592)이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1592년 9월 1일)에서 이순신 장군의 우부장(右部將)으로 출전해 선봉에서 싸우다 몰운대 근해에서 전사했다. 몰운대(부산 사하구 다대동)에는 정운의 순의비(殉義碑)가 서 있다. 비문에는 정운 장군이 수군 선봉으로 왜적을 만났을 때 몰운(沒雲)의 운(雲)자가 자기 이름자 운(運)과 음이 같다 하여 이곳에서 죽을 것을 각오하고 싸우다가 순절했다고 적혀 있다. 1798년(정조 22) 정운 장군 8대손 정혁이 다대첨사로 왔을 때 세운 것이며, 비문은 이조판서 민종현이 짓고, 훈련대장 서유대가 썼다.

1834년 이시눌(李時訥)이 그린 ‘임진전란도’는 임진란 초기 부산진과 다대포진의 처절한 항전을 묘사했다. 왼쪽 아래에 몰운대가 그려져 있고, 그곳에 ‘정만호운비(鄭萬戶運碑)’가 비각 안에 큼직하게 세워져 있으며, 정운이 부하 2명과 서 있다. 그 옆에 정운이 타고 온 녹도 전선(戰船)까지 그려 놓아 당시 사람들이 정운을 존모해왔음을 알게 한다. 그리하여 위 시는 정운에 대한 그러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비록 몸은 구름에 묻혔지만, 이름은 묻히지 않아 비석에 남아 있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필자의 벗이 다대포 몰운대 사진 여러 장을 보내왔는데, 정운 순의비가 눈에 들어와 위 시를 생각했다. 오랜만에 봄비가 내려 마음이 촉촉해서일까? 고교 동창인 그 벗과 한때 몰운대 등지를 돌아다니다 횟집에 가 함께 소주를 마신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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