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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9> 30년 전 이화정에서 놀던 일 생각하며 시 읊은 신잠

그때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 보이지 않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1-07 19:47:2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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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見當時歌舞人·불견당시가무인

이곳에 와서 논 지 삼십 년이 되었고(此地來遊三十春·차지래유삼십춘)/우연하게 옛 자취 찾아오니 마음 아프네.(偶尋陳迹摠傷神·우심진적총상신)/뜰 앞에는 단지 배나무만 있고(庭前只有梨花樹·정전지유이화수)/그때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 보이지 않네.(不見當時歌舞人·불견당시가무인)

신잠(申潛·1491~1554)의 시 ‘醉題梨花亭(취제이화정·술 취해 이화정을 주제로 시를 읊다)’로, 그의 문집인 ‘영천집(靈川集)’에 실려 있다. 위 시에 나오는 이화정이란 정자의 위치가 애매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정자가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30년 세월의 풍파가 너무 심했다. 벗들은 사화 등에 연루돼 죽거나 소식이 끊겼다. 하지만 이 배나무는 삼십 년 동안 그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으리라. 인간사가 덧없다 보니 배나무만도 못하다. 그는 30세인 1519년(중종 14) 현량과에 합격해 예문관 검열이 되었다. 현량과는 조광조의 건의에 따라 시행된 제도로 중종 때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여 대책(對策)만으로 시험을 치렀다. 김식 등 28인이 선발됐다. 하지만 같은 해에 훈구파 남곤·홍경주 등이 조광조 등의 신진 사류를 숙청하는 기묘사화가 일어났다. 이 사화로 조광조 일파가 실각하자 현량과 급제자들도 감금됐는데, 이때 신잠이 관직에서 쫓겨났다.

신잠은 1521년 신사무옥에 연루돼 장흥에 유배돼 17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안처겸의 옥사라고도 하는 신사무옥의 시말은 다음과 같다. 안당의 아들 안처겸은 이정숙·권전 등과 함께 기묘사화로 득세한 남곤·심정 등이 사림을 해치고 왕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하여 이들을 제거하기로 모의하였다. 이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송사련은 처형뻘 되는 정상과 이런 사실을 고변할 것을 모의한 후, 안처겸의 어머니 상 때의 조객록(弔客錄)을 증거 삼아 고변했다. 이로써 안처겸 등 10여 명이 처형됐다. 무서운 세월이었다. 신잠은 48세인 1537년 장흥에서 양주로 이배됐으며, 1538년 거주 편의가 허락되어 아차산 아래에 살았다. 54세인 1543년 다시 등용돼 태인현감을 지냈다. 간성군수를 거쳐 1553년 상주목사에 임명되어 지내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버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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