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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 세상이 공정하지 못한 데 대한 울분

모든 일 인생은 각기 운명이 있으니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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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2-20 18:38:1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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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

시의 재주 우뚝 솟아 무리 중에 뛰어난데 / 벼슬길 이지러졌으니 참으로 기구하구나. / 모든 일 인생은 각기 운명이 있으니 / 많고 많은 세상사 편안히 생각하시게.

詩才突兀行間出(시재돌올행간출)/ 宦路蹉跎分外奇(환로차타분외기)/ 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 / 悠悠餘外且安之(유유여외차안지)

조선 중기 시인 지천(芝川) 황정욱(黃廷彧·1532~1607) 문집 ‘지천집’에 실린 시 ‘그대를 수안군에 보내면서(送人赴遂安郡)’이다. 지천은 황희 정승의 후손으로 대제학과 예조·병조판서를 지냈다. 그가 어떤 일로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이렇게 시를 통해 감정을 표출한 걸까?

지천은 손녀가 선조의 아들 순화군과 혼인하여 외척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는 순화군을 모시고 함경도로 피신하였다가 왜군 포로가 되자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에게 거짓으로 항복의 글을 썼다. 임란 뒤 이 일로 그는 함경도 길주로 유배됐으며, 해배되어서도 도성에 못 들어가고 노량진 근처에서 신산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무렵인 1604년 수안군수로 부임하는 허균을 전송하며 이 시를 지었다. 허균은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파격적인 언행을 많이 해 벼슬길이 순탄하지 않아 몇 차례 파직당했다. 그런 허균이 벼슬을 얻어 외직인 수안군수로 가자 지천은 자기 처지가 그와 다르지 않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허균의 일을 통해 자신의 좌절과 울분을 토로한다.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시에서 말한 대로 세상만물은 각자 운명이 있을지 모른다. 평온하게 사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삶이 뒤틀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팔자(?)대로 산다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생긴다. 재산이나 명예를 한순간에 잃기도 한다. 벼슬에 나아간 사람은 부침이 더욱 심할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 야당 비대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사과,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등 조용한 날이 없는 속세이다. 득을 보는 사람도, 명예가 크게 훼손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산 사람들은 “삶이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일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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