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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8> 망자의 지위보다 삶의 지향 담은 만사(挽詞)

개울가의 초옥은 벌써 찾기 어렵구나(溪邊草屋已難尋·계변초옥이난심)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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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2-13 18: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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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구름 덮인 산은 깊고 또 깊었으니 世居雲山深復深(세거운산심부심) 개울가의 초옥은 벌써 찾기 어렵구나. 溪邊草屋已難尋(계변초옥이난심) 한밤에 배견와 위에 뜬 달 拜鵑窩上三更月(배견와상삼경월) 응당 선생의 일편단심을 비추리. 應照先生一片心(응조선생일편심)

우계 성혼(成渾·1535~1598)의 문집인 ‘우계집’ 권1에 수록된 시 <挽思菴朴相公淳(만사암박상공순)>으로, 사암 박순(朴淳·1523~1589)이 세상을 뜨자 그의 명복을 빌며 읊은 만사(挽詞)다.

박순은 서경덕의 제자로 명종 8년(1553) 문과에 장원급제해 영의정을 지낸 문신이다. 57세인 1579년 영의정이 된 그는 1585년 정여립·김수·이발 등이 정치적으로 공격하자, 벼슬을 버리고 지금의 경기도 포천시 한탄강 유역인 영평(永平)의 백운계(白雲溪)에 집을 지어 은거하다 67세로 세상을 버렸다. 그런 인물이 세상을 떠나 배견와라는 초옥에서 은거하며 살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집이 퇴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청빈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금에 대한 충성심만은 변치 않아 밤하늘 달처럼 분명했다는 것이다. 위 시에서 영의정을 지낸 망자의 이력이나 업적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성혼이 평소 박순의 사람됨을 알았기에 재상으로서의 삶보다는 청빈한 은자의 삶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만사란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좋은 곳으로 가라고 명복을 비는 글이다. 그러면서 망자의 삶을 돌아보며 추모의 마음을 갖는다. 대개 만사에서는 망자의 생애를 압축한다. 짧은 글에 다 담을 수 없으므로, 삶의 가장 특징적인 면을 부각한다.

위 만사를 볼 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를 누린 박순이 어떠한 삶을 지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허균은 위 시의 이런 점을 칭찬하면서 조선 전기의 한시를 뽑아 엮은 시선집인 ‘국조시산(國朝詩刪)’에 수록했다. 지금은 드러냄을 지향하는 세상이다. 화려한 삶을 살지 않더라도 과하게 수식하고 분칠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당대의 정치적 견해를 떠나 위 시를 쓴 성혼과 망자인 박순의 정신을 본받을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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