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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1> 치욕을 견디느니 굶어 죽은 홍 생원

앞으로 빌어먹는 치욕을 어찌 하겠느냐?(奈此後日辱, 何哉·나차후일욕, 하재)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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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7 18:54:5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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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밖에 홍 생원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홀아비였다. 딸 둘이 있지만, 가난하여 살아갈 수 없어 훈조막(그릇 만드는 곳)의 여러 일꾼에게서 밥을 빌어먹었다. 어느 날 또 밥을 빌러 가니, 한 일꾼이 술에 취해 욕을 해댔다. 생원은 눈물을 머금고 돌아갔다. 오륙일 지나도록 (생원 집) 사립문이 닫혀있어, 한 일꾼이 열고 들어가 보니 생원과 두 딸이 혼미한 상태로 누운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홍 생원이 열세 살 난 큰딸에게 말했다. 앞으로 (빌어먹는) 치욕을 어찌하겠느냐? 이튿날 일꾼들이 다시 가보니 모두 죽어 있었다.

昭義外門(소의외문), 有洪生員者(유홍생원자), 鰥居(환거). 有二女(유이녀), 而貧不能生(이빈불능생). 當乞食壎造幕諸役人處(당걸식훈조막제역인처). 一日(일일), 則役夫漢(즉역부한), 醉而辱之曰(취이욕지왈). 生員含淚退去(생원함루퇴거). 過了五六日(과료오륙일), 門扉尙關(문비상관). 一役夫推扉入去(일역부추비입거), 見之(견지), 則生員與二女兒(즉생원여이녀아), 昏臥流淚而已(혼와류루이이). 洪生員謂其十三歲長女曰(홍생원위기십삼세장녀왈). 奈此後日辱(나차후일욕), 何哉(하재). 翌日(익일), 役人等(역인등), 更往見之(갱왕견지), 則皆死也(즉개사야).

물고기 등을 잘 그린 화원 장한종(張漢宗·1786~1815)이 지은 재담집 ‘열청재어수신화(閱淸齋禦睡新話)’에 실린 글이다. 이는 실화일 가능성이 크다. 조선 시대 과거는 생원-진사-대과 순으로 치러졌다. 경주와 진주 등 큰 고을에는 사마소(司馬所)가 있었다. 생원시와 진사시, 대과에 합격한 선비만 출입할 수 있었다. 부임하는 관찰사와 부사, 현감 등이 인사를 하러 가 의견을 구했다. 생원·진사는 벼슬길에 쉽게 나아가지는 못했다. 관찰사 등의 추천을 받으면 참봉(종9품) 등으로 나갔다.

홍 생원은 밥도 먹기 힘든 궁핍한 집안에서 공부했던 모양이다. 경제력이 없어 진사·대과는 포기한 것 같다. 선비 자존심으로 막일은 못 했을 것이다. 취한 일꾼의 막말에 자존심이 상해 두 딸과 굶어 죽는 삶을 택했다. 사는 방식은 다르지만 요즘도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리라.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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