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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 친구의 박대 꼬집어 대접 잘 받은 이야기

닭을 빌려 타고 가겠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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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0 20:12:5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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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借鷄奇還·차계기환

“김 선생은 우스개 이야기를 잘했다. 일찍이 친구 집을 방문했다. 주인이 술을 대접하는데 안주는 채소뿐이었다. (주인이) 먼저 사과했다. 집은 가난하고, 시장은 멀어 담백한 채소뿐이어서 부끄럽네. (그런데) 마침 여러 마리 닭이 마당에서 어지러이 쪼아대고 있었다. 김 선생이 말했다.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않네. 마땅히 내 말을 잡아서 술안주로 하겠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말의 목을 베면, 무엇을 타고 가려고? 김 선생이 말했다. 닭을 빌려 타고 가겠네. (그때서야) 주인이 크게 웃고는 닭을 잡아 대접하였다.”

“金先生(김선생), 善談笑(선담소). 嘗訪友人家(상방우인가), 主人設酌(주인설작), 只佐蔬菜(지좌소채). 先謝曰(선사왈), 家貧市遠(가빈시원), 絶無兼味(절무겸미) 惟淡白(유담백), 是愧耳(시괴이). 適有群鷄(적유군계), 亂啄庭(난탁정). 金曰(김왈), 大丈夫(대장부), 不惜千金(불석천금), 當斬吾馬(당참오마), 佐酒(좌주). 主人曰(주인왈), 斬馬(참마), 騎何物而還(기하물이환). 金曰(김왈), 借鷄騎還(차계기환). 主人大笑(주인대소), 殺鷄餉之(살계향지).”

조선 성종 때 문신인 서거정(1420~1488)이 1477년에 엮은 설화집인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에 실려 있는 문장이다. 오랜만에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화자인 김 선생은 친구가 술안주로 채소만 내놓아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이 타고 온 말을 잡아 안주로 하겠다고 하자, 친구는 마지못해 마당에서 뛰노는 닭을 잡아 안주로 내놓았다는 이야기이다.

고려 말∼조선 초 벼슬아치와 문인, 승려 사이에는 이런 해학적 기문(奇聞) 및 일화가 많이 떠돌았던 것 같다. 서거정은 이러한 내용을 듣고는 기록하여 한 권 책으로 묶었다.

요즘도 해학적이거나 재치가 넘치는 말은 삶에 활력소가 된다. 다소 껄끄럽거나 불편한 자리에서도 유머가 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슬기롭게 잘 넘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그러한 재주를 배우려고 애를 쓰지만 타고나기를 그렇지 못해 오히려 분위기를 우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타고난 복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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