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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69> 處濁辱故

더럽고 욕된 곳에 자리하기 때문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22 18:44:0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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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처(-7)더러울 탁(水-13)욕될 욕(辰-3)까닭 고(-5)

헛똑똑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나 집단에도 해당한다. 특정한 견해나 인식을 강조하면서 공유하는 곳일수록 헛똑똑이의 행태를 보일 공산은 크다. 특히 자기 집단이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곳일수록 헛똑똑이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역사를 통해서도 입증되는 사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는 일본 정부를 보라. 지난해 한국에 대해 내린 수출 규제 결정은 헛똑똑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일본 정부는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 스물세 곳을 하나로 묶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일곱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서 노역을 시킨 곳이어서 한국에서는 등재를 반대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인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하에 등재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15일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공개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는 조선인 강제 노역을 또 은폐하고 왜곡했다. 그리 놀랍지도 않다. 일본에서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도 이러한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고 빛나는 자취만을 드러내어 우월감을 고취시키려는 그 알량한 의도가 얼마나 비루한지, 그게 얼마나 제 발목을 붙잡는지 모르는 게 딱할 뿐이다.

노자의 사상을 해석한 책인 ‘문자’의 ‘上仁(상인)’에 나온다. “自卑下故能高人, 自損弊故能堅, 自虧缺故盛全, 處濁辱故新鮮, 見不足故能賢.”(자비하고능고인, 자손폐고능견, 자휴결고성전, 처탁욕고신선, 견불족고능현) “스스로 낮추기 때문에 남보다 높을 수 있고, 스스로 덜어내기 때문에 알차고 굳을 수 있으며, 스스로 이지러지기 때문에 온전할 수 있고, 더럽고 욕된 곳에 자리하기 때문에 새롭고 깨끗할 수 있으며, 모자람을 보이기 때문에 똑똑해질 수 있다.”

헛똑똑이가 꺼리는 것은 우월감을 무너뜨릴 치부가 드러나는 일이다. 은폐와 왜곡을 서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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