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 차(止-2)무엇 하(人-5)부류 등(竹-6)형벌 형(刀-4)어조사 야(乙-2)

死六臣(사육신) 가운데서 유응부 외에는 모두 文人(문인)이다. 글공부나 해서 柔弱(유약)해 보이는 이들이다. 과연 유응부처럼 혹독한 형벌을 견딜 수 있었을까?

다섯 선비 가운데서 가장 야위고 약한 인물이 李塏(이개)였다. 그는 고려 말의 문인인 牧隱(목은) 李穡(이색)의 증손자이다.

박팽년과 성삼문이 대궐 뜰에 묶여서 灼刑(작형) 곧 쇠를 달구어서 살을 지지는 형벌을 당할 때, 이개는 천천히 이렇게만 말했다. “此何等刑也?”(차하등형야?) “이건 무슨 형벌인가?” 그는 허약한 몸으로 그 무자비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낯빛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장하게 여길 만큼. 바람이 불면 자빠질 것 같은 사내가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버텼으니, 그럴 만도 하다. “建德如偸”(건덕여투) 곧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다”는 말 그대로였다.

이개가 그러했으니, 다른 선비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성삼문은 오히려 더했다. 세조가 왜 자신의 녹을 먹으며 배반했느냐 따지니, “나리의 녹을 먹지 않았다”며 家産(가산)을 몰수해서 헤아려 보라고 되받아쳤다. 더욱 노한 세조가 무사에게 쇠를 달구어 그의 다리를 뚫고 팔을 자르라고 했으나, 그는 顔色不變(안색불변) 즉 낯빛을 전혀 바꾸지 않고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進賜之刑慘矣.”(진사지형참의) “나리의 형벌이 참혹하기도 합니다.”

성삼문은 세조를 ‘進賜(진사)’라 불렀다. 진사는 지위가 높은 벼슬아치를 부르는 말로, 우리말의 ‘나리’를 한자어로 나타낸 것이다. 수양대군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왕인 조카를 내쫓은 게 모두 자신이 ‘至尊(지존)’이 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정당화하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유약하기 그지없는 선비 주제에 참혹한 형벌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나리’라 부르니, 어찌 성이 나지 않겠는가?

성삼문이 죽은 뒤에 그 가산을 籍沒(적몰)해서 보니, 세조가 즉위한 뒤에 받은 녹봉이 그대로 있었다. 집안에 남은 거라고는 잠자는 방에 오직 거적자리만 있었다고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