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울 고(艸-5)바다 해(水-7) 가운데 중(丨-3) 스스로 자(自-0) 즐길 락(木-11)

자신을 위한다는 것이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되기도 하고, 자신에게 해로울 것이라 여겼던 일이 이로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자기 계산이나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정확한 계산을 할 능력이 모자란 탓일 수도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계산에서 오류가 난 탓일 수도 있을 터이나, 무엇보다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못 알았던 탓이 크다.

20세기 시작부터 막바지까지 한국은 엄혹한 시절을 거듭 보냈다. 경이로운 경제 성장을 해왔음에도 독재와 억압, 그로 말미암은 부정과 부조리 따위가 시시때때로 민주국가의 길을 가로막았고, 민주주의가 질식될 지경에 이르렀던 때도 있다. 그런 시절 자신을 과감하게 내던졌다가 감옥에 갇힌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과 그 가족이 겪은 절망과 고통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겨낸 이들도 있고, 끝내 무너진 이들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 변절로 살길을 도모한 이들도 있다. 그 가운데 누가 과연 자신을 위해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文子(문자)의 ‘九守(구수)’에 실마리가 있다. “有自樂也, 卽有自志, 遺乎天下. 所以然者, 因天下而爲天下之要也, 不在于彼而在于我, 不在于人而在于身, 身得則萬物備矣.”(유자락야, 즉유자지, 유호천하. 소이연자, 인천하이위천하지요야, 불재우피이재우아, 불재우인이재우신, 신득즉만물비의) “스스로 즐거워함이 있다는 것은 곧 스스로 먹은 마음으로 천하를 잊은 것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천하에 말미암아 천하를 위한다는 고갱이가 저기에 있지 않고 나에게 있으며, 남에게 있지 않고 내 몸에 있어, 내 몸이 얻으면 만물이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自樂(자락)이라 해서 마냥 즐거운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무릇 즐거움이란 苦海(고해)에서 낚아 올리는 월척이다. 맨땅에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세상사와 아무 상관 없이 저 홀로 즐거워하는 것은 자락이 아니다. 천하를 잊지 않고 천하를 위하되, 그 실마리가 나에게, 내 몸에 있음을 알면서 힘들고 어려워도 흔들리지 않으며 기꺼워하는 일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