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괼총(宀-16)욕될 욕(辰-3)될위(爪-8)하찮을 하(一-2)

대유행병 코로나19는 각국 정부의 무능과 체제의 한계를 여실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를 마비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치른 총선에서 여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대다수는 그 이유로 성공적인 방역을 든다. 야당의 무능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총선의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성공적인 방역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질병관리본부, 수많은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시민. 그 가운데서도 방역대책 컨트롤타워를 이끌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의 언론과 방송이야 정부를 헐뜯기 바빠서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터에 외신들이 그에게 주목하여 비로소 그 ‘영웅적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과 침착함! 이 위기 속에서 ‘드러나지 않으나 진정한 영웅’인 그가 보여준 모습이자 능력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그의 존재를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미디어를 피하고 인터뷰 요청을 모조리 거절한 탓이다. 정돈되지 않은 채 희끗희끗해진 그의 머리카락, 잠을 제대로 잤을까 싶지만 차분하고 힘 있는 그 눈빛. 얼마나 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시간보다는 더 잔다”는 짤막한 답변. 벌써 몇 달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부장을 맡은 그는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최고의 방역 전문가로 꼽힌다. 그럼에도 2018년 12월, 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이유로 사퇴하라는 고성을 들었다. 모욕을 당한 것이다. 이제는 세계에서 그를 극찬하고 있고, 국민의 총애를 받고 있다. 모욕당했을 때에도 총애를 받는 이때에도 그는 한결같다. 흔들림이 없이 묵묵히 할 일만 한다. “寵爲下也.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총위하야. 득지약경, 실지약경, 시위총욕약경) “총애는 하찮은 것이다. 얻으면 놀란 듯이 하고 잃어도 놀란 듯이 해야 하니, 이것이 총애를 받거나 모욕을 당하면 놀란 듯이 한다는 말이다.” 정은경, 그에게 모욕과 총애는 더없이 하찮아 보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