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을 심(水-8)뿌리 근(木-6)단단할 고(口-5)뿌리 저(木-5)

조조가 죽은 지 3년째인 223년에 즉위한 유선이 위나라에 항복한 해는 263년이었다. 그때는 위나라 첫째 황제 曹丕(조비, 220∼226 재위)도, 조비의 아들 曹叡(조예, 226∼239 재위)도 이미 죽은 지 오래였고, 3대 曹芳(조방, 239∼254 재위)과 4대 曹髦(조모, 254∼260 재위)를 거쳐서 5대 曹奐(조환, 260∼265 재위)이 있었다. 위나라가 무려 다섯 황제를 거치는 동안 촉한은 유선이 홀로 41년을 이어간 셈이다.

그 ‘못난 ’유선이 재위하는 동안에 촉한은 별다른 내분이나 혼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위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한때 제갈량과 쌍벽을 이루던 司馬懿(사마의, 179∼251) 곧 司馬仲達(사마중달)이 249년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 뒤로 사마씨 집안에서 실권을 장악했고, 그 바람에 암살과 반란, 황제 폐위가 거듭 이어졌다. 내치로 보자면, 위나라는 촉한보다 훨씬 혼란하고 난잡했다.

유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사마소는 사마의의 아들이다. 265년에 사마소가 죽자, 그의 아들 司馬炎(사마염, 236∼290)은 조환을 겁박하여 禪位(선위)하게 하고는 즉위해서 국호를 晉(진)이라 고쳤다. 흔히 말하는 ‘魏晉(위진) 南北朝(남북조)’라 할 때 그 ‘진’이다.

정확하게 45년 전인 220년에 조조가 죽자, 그 아들 조비가 後漢(후한)의 마지막 황제 獻帝(헌제)를 겁박하여 선위하게 하고는 즉위해서 국호를 魏(위)로 고친 일과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지.

220년부터 265년까지 고작 45년 동안 조비에서 조환까지 5대가 이어졌다. 그나마 3대부터는 사마씨 집안이 실권을 쥐고 좌지우지했다. 사마씨의 진 또한 위나라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진은 내부의 권력 투쟁인 ‘팔왕의 난’을 16년 동안 겪으며 국운이 기울더니, 317년에 劉淵(유연)이 이끈 흉노 국가에 멸망당했다. 탐욕과 음모, 쟁탈로 말미암아 노자가 말한 ‘深根固柢之法’(심근고저지법) 곧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내리는 법”을 간과한 탓이었다. 과연 조조와 조비, 사마의와 사마소 등이 유선보다 똑똑하고 잘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