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장(長-0)살생(生-0)오랠 구(丿-2)볼시(見-5)

진수의 ‘삼국지’를 보면, 劉禪(유선)은 재위 41년 동안 거의 한 일이 없다. 재위 2년째의 기사 “務農殖穀, 閉關息民”(무농식곡, 폐관식민) 곧 “농경에 힘써 곡식을 늘리고 관문을 닫고 백성을 쉬게 했다”는 조처가 거의 전부다. 가끔 사면령을 내렸을 뿐, 군대를 이끌고 나가 싸우는 일은 제갈량이 주도했고, 제갈량이 죽은 뒤에는 강유가 그 뒤를 이어서 했다. 황제가 있으나, 황제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비교적 무탈했으니, 이쯤이면 無爲(무위) 정치를 했다 할 만하다.

당시 위·촉·오 세 나라는 끊임없이 서로 견제하고 쉴 새 없이 병사들을 이끌고 서로 공격했다. 一進一退(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서로 영토를 뺏고 빼앗기는 사이에 죽어가는 것은 병사들이요, 군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는 것은 민중이었다.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어미들과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몸이 된 여인들만 늘어갔다. 그게 유선의 재위 동안 있었던 일만은 아니다. 삼국이 천하를 놓고 爭覇(쟁패)를 벌이기 오래전 後漢(후한, 25∼220)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후한은 4대 和帝(화제, 88∼105) 때부터 황제의 외척과 환관들이 서로 세력을 형성해 권력 쟁탈을 벌이면서 정치적 혼란과 타락의 길로 내닫기 시작했다. 유능한 선비들은 조정에서 축출되거나 제거되고, 매관매직과 수탈을 일삼는 자들이 조정을 가득 메웠다. 이 틈에 각지에서 군벌이 세력을 키웠고, 조정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張角(장각)이 184년에 일으킨 ‘황건적의 난’은 백성들 사이에 쌓였던 두려움과 불만의 표출이었다. 그런데 이를 빌미로 이른바 群雄(군웅)이 割據(할거)해서 삼국시대가 개막되었으니, 과연 당시 민중에게 그 군웅은 영웅이었을까, 盜賊(도적)이었을까?

노자는 ‘重積德’(중적덕) 곧 ‘거듭 덕을 쌓는 일’이 길게 살고 오래도록 세상을 보는 길인 ‘長生久視之道’(장생구시지도)라 했다. 촉한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항복한 유선이 그런 덕을 쌓았는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으로 자신과 촉한의 백성에게 길게 살길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