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을 함(口-4)덮을 복(襾-12)감쌀 장(艸-14)병 질(疒-5)

“輒敕群帥投戈釋甲, 官府帑藏一無所毁. 百姓布野, 餘糧棲畝, 以俟後來之惠, 全元元之命. 伏惟大魏布德施化, 宰輔伊周, 含覆藏疾.”(첩칙군수투과석갑, 관부탕장일무소훼. 백성포야, 여량서무, 이사후래지혜, 전원원지명. 복유대위포덕시화, 재보이주, 함복장질) “저는 곧바로 장수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갑옷을 벗고 관부에 쌓아 놓은 재물을 훼손하지 말도록 명령했습니다. 백성은 들판에서 경작하고 남은 식량은 밭에 두게 해서 제왕이 뒤에 와서 줄 은혜를 기다리며 백성의 목숨을 온전히 지키고자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위대한 위나라는 덕을 베풀고 교화를 시행하며 伊尹(이윤)이나 周公(주공) 같은 이를 재상으로 삼아 우리 백성을 감싸 주고 병든 자를 품어 주십시오.”

263년, 위나라가 병력을 모아 여러 갈래 길로 동시에 촉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형세가 불리함을 깨달은 유선은 항복하고 위의 글을 쓴 편지를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유선의 아들 劉諶(유심)은 나라의 멸망에 상심하여 처자식을 먼저 죽이고 뒤이어 자살했다. 그러나 유선은 수레에 관을 싣고 자신을 결박한 채 적진으로 갔다. 적장 鄧艾(등애)는 결박을 풀어주고 유선에게 전에 살던 궁전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유선은 가족을 이끌고 낙양으로 갔다.

선왕이 일으킨 나라를 너무나 쉽게 내준 유선은 참으로 ‘구제불능의 아두’일까? 유약하고 무능한 황제일까? 진수의 ‘삼국지’ 기록을 엄정하게 읽으면, 허약하고 위태로운 촉한을 물려받고서도 41년 동안 다스린 인물, 음탕한 짓도 하지 않고 국고를 탕진하거나 백성을 들볶지도 않으면서 난세 속에서 태평하게 다스린 황제가 보인다. 제갈량의 보좌는 겨우 12년이었다. 그런 유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유선은 분명 망국의 군주다. 그러나 전혀 폭군도 혼군도 아니었다. 항복의 글에 담긴 그 마음을 보라. 그의 아들 유심은 “황제의 나라가 망했다”며 자살했다. 유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는가? 오히려 백성을 생각하는 참으로 현묘한 덕이 묻어 있지 않은가? 백성의 입장에서는 유비가 아닌 유선이 영웅 아닐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