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붙들 부(手-4)아닐 불(一-3)일으킬 기(走-3)호칭 아(阜-5)말두(斗-0)

“사내라면 ‘三國志(삼국지)’를 세 번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또 제갈량의 ‘出師表(출사표)’를 읽고서 울지 않는 자는 선비가 아니라는 말도 있었다. 참, 낭만적인 말들이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인간의 善(선)과 不善(불선), 陽德(양덕)과 陰凶(음흉)이 범벅되어 있는 것이 역사다. 그런 역사를 낭만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反歷史的(반역사적)인 태도다. 만약 역사에서 자신과 자신의 시대를 꿰뚫어 볼 밑천을 찾겠다면, 냉철하고 엄정하게 보아야 한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과 호걸이 등장한다는데, 등장인물들을 영웅이니 호걸이니 미리 규정지은 것을 경계해야 한다. 대체 그 기준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일단 제쳐두자. 어쨌든 무수한 영웅과 호걸이 등장하는 한편,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인물도 적지 않다. 중국인이 멍청하고 쓸모없는 사람, 모자라고 바보 같은 사람이라며 ‘扶不起的阿斗(후부치더아떠우)’ 곧 ‘구제불능 아두’라 부르는 劉禪(유선, 207∼271)도 그런 인물이다. 유선은 劉備(유비, 161∼223)의 아들이며, 아두는 유선의 어릴 때 이름이다.

왜 유선을 ‘구제불능 아두’라 부르는 것일까? 그 유래는 ‘漢晉春秋(한진춘추)’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263년, 유선은 위나라의 대대적인 공격에 항복했고, 곧 낙양으로 옮겨갔다. 어느 날, 위나라 권력자였던 司馬昭(사마소, 211∼265)가 유선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그때 옛 촉한의 기녀가 춤을 추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슬퍼하며 마음 아파했는데, 유선만은 태연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사마소가 賈充(가충)에게 “사람이 어찌 저토록 무정할 수 있는가! 제갈량이 살아 있다 한들 오래 보좌하기 힘들 것인데, 하물며 姜維(강유)는 오죽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유선을 비꼰 것이다.

또 어느 날에 사마소가 “촉 땅이 많이 그립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선은 “여기서 이렇게 즐겁게 지내니, 촉이 생각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떤가? 아둔하다고 여겨질 만하지 않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