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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39> 無柱加屋

기둥 없이 지붕만 겹겹이 올렸구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2 19:58: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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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을 무(火-8) 기둥 주(木-5) 더할 가(力-3) 지붕 옥(尸-6)

적법성·법과 원칙과 관련하여 지난회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요청은 적법성이 문제 된다고? 재판부는 무슨 근거로 적법성을 문제 삼은 것인가? 재판부는 “다른 사건의 경우 수사가 마무리된 후 공소가 제기(기소)되는데 이 사건은 특이하게 공소 제기 이후에도 압수수색, 피고인 구속영장 발부, 피의자신문 등 수사가 계속 이뤄졌다”고 했다. 재판부도 밝혔듯,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소 제기 후 압수수색 등은 적법하지 않다.

이를 검찰이 몰랐던 것일까? 몰랐다면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알고서 그렇게 했다면, 이는 더욱더 심각한 일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그렇게 했다는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고 그 底意(저의)가 실로 수상하다. 아닌 게 아니라, 검찰 스스로도 9월 중순에 이미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부실한 공소장임을, 정확하게는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은 기소였음을 처음부터 인지했다는 것을 뜻한다.

법과 원칙! 지금 검찰 수장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조한 말이다. 지난 10월 16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국 장관의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은 “左顧右眄(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공소장 변경 요청에 대해 재판부가 지적한 사항은 그가 한 말과는 정반대로 기본적 법과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기소요 수사였다는 것을 드러내 주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그야말로 법치의 한 과정이다. 그런데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사하고 기소한다면, 그것은 법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이 아닌가? 재판부의 지적대로라면, 공소 제기 후에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는 무용지물이다. 이쯤 되면, 公訴狀(공소장)이 아니라 空訴狀(공소장)이다. 그 요란했던 수사란 게 기껏 ‘無柱加屋(무주가옥)’ 즉 기둥 없이 지붕만 겹겹이 올린 짓이었던 셈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 똑똑하다는 검사들이 모여 머리 맞대고 한 일인데. 그 답은 윤 총장이 말한 ‘좌고우면’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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