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힐 란(乙-12)신하 신(臣-0) 해칠 적(貝-6)아들 자(子-0)두려워할 구(心-18)

공자는 “나를 알아주는 것도 오직 ‘춘추’를 통해서요, 나를 꾸짖는 것도 오직 ‘춘추’를 통해서 하리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엄정하고 철저하게 사실을 따져서 서술했음을 의미하며, 아울러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표현에는 그의 ‘두려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허공에 가뭇없이 흩어지는 말조차 내뱉기가 두려운데, 하물며 시공을 뛰어넘어 남아 전할 글을 씀에 있어서랴!

그런데 공자만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맹자에 따르면, “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공자성춘추이난신적자군) 곧 “공자가 ‘춘추’를 짓자 어지럽히는 신하들과 불효한 자식들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亂臣(난신)과 賊子(적자)는 당시 하극상과 분란, 전쟁을 거듭 일으키며 민중을 도탄에 빠뜨리고 시대를 혼탁하게 만들었던 지배층 사람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과연 두려워했을까? 의아하게 여기실 분들이 반드시 있으리라. 단언하건대, 그들은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성명과 행적이 글로 남아 명예가 아닌 악명이 전해질 것이기 때문에.

조상을 모시는 마음이 지극히 컸던 옛사람에게 악명은 그저 후손에게 치욕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땅속에 묻힌 조상까지 먹칠하는 최악의 행위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정도라면 공자의 ‘춘추’가 다른 역사서와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이냐 하고 물으실 분도 계시리라.

사실, ‘춘추’는 그 자체로는 읽기에 참 상그럽다. <533>에서도 잠깐 보였다시피 마치 신문의 표제와 같아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다. 가령, 노선공 2년(기원전 607년)의 기록 일부를 보라. “秋九月, 乙丑, 晉趙盾弑其君夷皐.”(추구월, 을축, 진조돈시기군이고) “가을 9월 을축, 진나라 조돈이 군주 이고를 시해했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한 하극상이 일어났음은 알겠는데, 왜 일어났으며 결말은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다. 공자는 이 서술로써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인가? 이것이 ‘춘추필법’이란 말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