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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32> 民無信不立

백성이 믿지 않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1 18:56:0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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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 민(氏-1)없을 무(火-8)믿을 신(人-7)아닐 불(一-7)설립(立-0)

위험천만한 인생을 더 위태하게 만들거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으로는 ‘말’만 한 게 없으리라. 오죽하면 ‘口舌數(구설수)’라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말하기만큼 쉽고도 어려운 게 또 있을까. 商術(상술) 하면 華商(화상) 곧 중국 상인을 들먹이는데, 그 비결이 ‘信(신)’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人(인)과 言(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信(신)! 믿음을 얻거나 잃음이 말에 달려 있다는 뜻일 터.

‘논어’‘顔淵(안연)’편에 나오는 문답이다.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여쭈니, 공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足食, 足兵, 民信之矣.”(족의, 족병, 민신지의) “먹을거리가 넉넉하고 병력과 무기가 넉넉하고 백성들이 믿는 것이다.” 이에 자공이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세 가지 가운데서 무엇을 먼저 버릴까요?” 하고 묻자, 공자는 “去兵”(거병) 곧 “병력과 무기를 버려라”고 대답했다. 다시 자공이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서 무엇을 먼저 버릴까요?” 하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거식.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 “먹을거리를 버려라. 예부터 모든 사람은 죽었다. 그러나 백성들에게 믿음이 없으면 그 나라는 바로 서지 못한다.”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 백성들이 믿지 않으면 정치도 나라도 바로 서지 못한다. 이는 곧 백성들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누가 국민들로부터 더 믿음을 얻느냐는 경쟁을 공식화한 제도다. 이 경쟁에서 서로 표를 얻겠다며 하는 게 곳곳을 뛰어다니며 끊임없이 말하고 이야기하고 외치는 일 아닌가.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어디 정치가뿐이랴. 막강한 권력을 틀어쥔 검찰도,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국에서 검찰과 언론이 적폐로 거론되며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서로 결탁하여 갖은 말과 글로써 허위와 왜곡을 일삼다가 신의를 잃고 민주주의의 적이 된 까닭이 아닌가?

고전학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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