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를 범(犬-2)위 상(一-2) 일으킬 작(人-5) 어지러울 란(乙-12)

김형준 씨가 인용한 유자의 말은 나를 섬뜩하게 만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유자는 그 말만 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자의 말 전체를 들면 이렇다. “其爲人也, 孝弟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기위인야, 효제이호범상자, 선의. 불호범상이호작란자, 미지유야.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그 사람됨이 효성스럽고 깍듯하면서 윗사람을 거스르기 좋아하는 자는 드물다. 윗사람을 거스르기 좋아하지 않으면서 분란을 일으키기 좋아하는 자는 여태껏 없었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는데, 근본이 서면 도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효성스럽고 깍듯한 것, 그것이 어짊을 행하는 근본이다!”

유교에서 흔히 강조하는 ‘孝弟(효제)’ 곧 ‘효성과 깍듯함’을 근본이라 했으므로 별 문제가 없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자는 결코 공자가 아니고, 또 공자에게 배웠어도 공자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한 제자로 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왜냐하면 공자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기 때문이다.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불호범상이호작란자, 미지유야)를 보라.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며 어떠한 불복종이나 항명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도 당연히 무조건 복종이다. 이는 군주의 獨裁(독재)나 소수의 專制(전제)를 옹호하는 주장이다. 물론 공자는 이를 옹호한 적 없고 오히려 배척했다. 그런 스승의 뜻을 거스른 유자의 말을 검사가 인용했다니. 참 오묘하고 절묘하다.

김형준 씨는 모르고 인용했을까? 의식에서는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에서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며 그 어떤 불복종과 항명도 용납되지 않는 조직이라고 알려진 검찰에서 乘勝長驅(승승장구)하던 前途有望(전도유망)한 검사가 한 말이다. 섬뜩할 정도로 의미심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그 검찰의 민낯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