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을 적(辵-11) 마디 절(竹-9) 덜생(目-4) 쓸비(貝-5)

다시 보자. “治人事天, 莫若嗇.”(치인사천, 막약색)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 아끼는 것 만한 게 없다.” 여기서 ‘嗇(색)’은 ‘아낀다, 아껴 쓴다’는 뜻인데, 대체 무엇을 아끼고 어떻게 아껴 쓴다는 말인가?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노자 해석인 ‘한비자’ ‘解老(해로)’의 풀이를 먼저 참조해 보자. “書之所謂治人者, 適動靜之節, 省思慮之費也. 所謂事天者, 不極聰明之力, 不盡智識之任. 苟極盡, 則費神多; 費神多, 則盲聾悖狂之禍至. 是以嗇之. 嗇之者, 愛其精神, 嗇其智識也.”(서지소위치인자, 적동정지절, 생사려지비야. 소위사천자, 불극총명지력, 불진지식지임. 구극진, 즉비신다; 비신다, 즉맹롱패광지화지. 시이색지. 색지자, 애기정신, 색기지식야) “‘도덕경’에서 말한 ‘사람 다스리기’란 행동할 때 절도에 알맞고 사유할 때 힘의 낭비를 줄이려는 것이며, ‘하늘 섬기기’란 청력과 시력을 끝까지 다 쓰지 않고 지식을 남김 없이 다 쓰지 않는 것이다. 정말 끝까지 다 쓰고 남김 없이 다 쓰면 정신을 많이도 허비하게 되고, 정신을 많이도 허비하게 되면 장님이나 귀머거리, 미치광이가 되는 재앙을 만난다. 이런 까닭에 아껴 써야 한다. 아낀다는 것은 그 정신을 아끼는 일이고 그 지식을 아끼는 일이다.”

한비자는 여기서 ‘嗇(색)’과 ‘愛(애)’가 통하는 것으로 보았다. 우리말에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 ‘아낀다’는 표현을 쓰는데, 嗇(색)에도 그런 뜻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면, 무엇을 아끼는가? 자신의 정신과 지식, 체력을 아낀다는 말이다. 이 셋은 무한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며 쉽게 소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한비자가 ‘治人(치인)’에 대해 쓴 말에서 추리면, ‘적절생비(適節省費)’다. 절도에 알맞고 낭비를 줄이라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節儉(절검)이요 儉約(검약)이다. 節(절)은 상황이나 정도에 알맞음을 뜻하고, 儉(검)은 야무지고 알뜰하다는 뜻이며, 約(약)은 부피를 최소화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아낌’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