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 잃을 실(大-2) 실상 정(心-8) 성질 성(心-5)

드디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 리스트는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서 우대해 주는 국가의 명단이다. 일본이 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말은 곧 한국의 산업에 긴요한 소재나 부품, 장비 따위의 수출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한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죄겠다는 뜻이다. 지난달에 이미 한국을 향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해서 한국 국민을 자극해 ‘일본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킨 일본 정부가 왜 굳이 이런 조치를 강행하는 것일까? 일본 정부야 갖가지 이유를 가져다 대며 정당함을 역설하고 널리 알리려 하지만, 일단 한국 정부와 국민이 전혀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 과거 역사에서 저지른 짓을 다시금 떠올리는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게다가 다른 국가들도 대개 일본의 조치를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향해 일본이 자유무역 체제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는 매우 임의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고노 외무상은 강경화 장관이 말한 불만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싱가포르 장관이 아세안과 동아시아 지역 경제통합을 위해서 신뢰 구축이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화이트리스트’를 확대해야지 축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본의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도, 회의 의장국인 태국 정부도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이로써 누가 정당하고 누가 부당한지, 누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따르는지, 누가 거스르는지 확연해지지 않는가? ‘문자’ ‘上德(상덕)’에서 말했다. “夫順物者, 物亦順之; 逆物者, 物亦逆之. 故不失物之情性.”(부순물자, 물역순지; 역물자, 물역역지, 고불실물지정성) “무릇 사물의 이치를 따르는 자에 대해서는 사물 또한 그를 따르고, 사물의 이치를 거스르는 자에 대해서는 사물 또한 그를 거스른다. 그러므로 사물의 실정과 본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