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수(水-0) 될위(爪-8) 길도(辵-9) 어조사 야(乙-2)

유연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하는 까닭은 세상사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사가 녹록지 않다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常數(상수)보다 變數(변수)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박학과 다식을 자랑하는 학자들이 현실 문제에서 속수무책인 까닭도, 엄정한 사회학 이론과 정교한 수학적 계산이 번번이 어긋나는 까닭도,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쳤다는 치료법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까닭도 모두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수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문자’ ‘道原(도원)’에 나온다. “天下莫柔弱于水, 水爲道也. 廣不可極, 深不可測, 長極無窮, 遠淪無涯, 息耗減益, 過于不訾.”(천하막유약우수, 위도야. 광불가극, 심불가측, 장극무궁, 원륜무애, 식모감익, 과우불자)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는데, 물이 도가 되는 까닭은 이러하다. 넓어서 끝을 알 수 없고, 깊어서 잴 수 없으며, 길이는 끝없는 데에 이르고, 멀기로는 가없으며, 불어나고 없어지고 줄고 느는 것이 헤아림을 넘어선다.”

노자가 말한 도는 추상적인 개념을 담은 용어가 결코 아니다. ‘길’을 뜻하는 도는 그가 보고 겪은 세상사의 변화, 변화무쌍한 현상을 생동하게 잘 드러내 주기 때문에, 또 우리가 늘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기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이름일 뿐이다. 그러면서 “水爲道也”(수위도야) 곧 “물이 도가 된다”라고 표현했다. “도는 무엇이다”라는 형식이 ‘도’라는 대상을 특정하게 규정하고 한정해버리는 것임에 비해 “무엇이 도가 된다”는 형식은 ‘도’가 얼마든지 달리 규정될 수 있음을 뜻한다.

사람마다 능력과 경험이 다르고 각자 처한 현실이 다르므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이로 말미암아 ‘도’가 분명하게 와 닿지 않고 오히려 애매하거나 모호해지기는 하지만 이 또한 노자가 의도한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말했듯이 끝을 알 수 없고 잴 수도 없으며 헤아림을 넘어선다는 도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과연 해답은 있는가? 행여 있다고 하더라도 복잡하지 않을까? 노자는 넌지시 일러준다 “해답은 간단해!”라고.

고전학자